지난 2일 발표한 사법시험 결과는 사법시험과 무관한 저에게도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주변에 사법시험을 공부하고있는 사람이 많아 그동안의 합격선이나 기타등등의 사항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번의 결과는 저로서도 납득할수 없는 부분이 많아 글을 올립니다.
이번 45회 사법시험은 합격자 905명에 커트라인이 42.64점이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사법시험 출신이시니 과락이 40점이라는건 알고 계실겁니다. 전체응시 인원중 80%가 한과목이상 과락을 받았고, 과락을 면한 사람들을 전원합격시켰음에도 정원1000명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3일 불합격자들의 성적이 공개되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많더군요.
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불합격한 한 고시생의 과목별 점수와 평균입니다. 자료는 다음카페
cafe.daum.net/law45 에서 퍼왔습니다.
[ 사법시험 ]
과 목 점 수
헌법 49.50 점
행정법 38.50 점 (과락)
상법 54.00 점
민법 58.50 점
민사소송법 58.00 점
형법 55.50 점
형사소송법 59.00 점
총 점 373.00 점 평 균 53.29 점
그러나 합격커트라인인 사람의 총점은 평균이 42.64이니 298.48이 됩니다.
총점으로 보면 80점가까이 차이가 나고 평균으로 보면 10점이 넘게 차이가 납니다.
법무부에서 처음 발표한 처럼 과연 정말 수험생의 자질이 떨어진것일까요?
단편적으로 42.64라는 커트라인을 놓고 보면 누구나 실력저하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을겁니다.
그러나 평균 50점을 상회하고도 떨어진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이것을 실력저하라고 모든 고시생들을
싸잡아 도매급으로 넘기는것이 과연 옳을까요?
과락제도의 취지는 십분 이해합니다. 그러나 40점 과락에 42점에서 합격선이 결정된 이번결과를 놓고
과연 42점인 합격생들의 실력과, 앞서 예로든 53점의 불합격생중 절대적으로, 42점의 합격자가 과락이
없었으니 더 우수하다라고 단정할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지성들을 뽑는 시험입니다.
어리버리 공부해 동차로 합격해 자기자신도 어이없어하는 합격생도 봤습니다.
올해 합격자는 운이좋아 면과락으로 합격한 사람들이 다수 있다고 보고, 물론 정말 실력이 좋아 과락없
이 합격한 사람들도 많을것입니다.
그러나 커트라인과 이렇게 차이가 많이나는 불합격생들을 단지 한과목 과락이라고 해서 불합격으로 내치
는것이 옳은 시험제도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합격선을 상회하고도 과락때문에 불합격한 수험생들이 있다고 알고는 있습니다.
판례를 보면
[1]논문형으로 과하는 사법시험 제2차 시험에 있어 시험위원은 사법시험의 목적과 내용 등을 고려하여 법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전문적인 지식에 따라 자유로이 그 재량에 따라 그 답안을 채점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시험위원들의 채점행위가 그 재량의 범위를 현저하게 일탈한 경우가 아닌 한 위법하다 할 수 없으며, 또한 국가 등이 시험을 시행함에 있어 과락제도 등 합격자의 선정에 대한 방법의 채택은 그것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않고 지나치게 합리성이 결여되지 않는 이상 시험시행자의 고유한 정책판단에 맡겨진 것으로서 자유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 할 것이고,
사법시험은 여러 가지 법률분야 중 한 가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전공·연구하는 학자나 교수를 배출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다방면의 법률 분야에 고른 학식과 소양을 필요로 하는 판사·검사·변호사가 될 자격을 검정하기 위한 시험으로서 사법시험령 제15조 제2항의 입법 취지는 특정 과목에서 일정 수준 이하의 점수를 얻을 경우 아무리 다른 과목의 점수가 높더라도 합격결정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과락제도는 사법시험의 본질에 비추어 타당하다.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이번처럼 80%의 수험생이 과락을 받은 사태는 "채점행위가 그 재량의 범위를 현저하게 일탈한 경우" 와 "지나치게 합리성이 결여" 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봅니다. 특정과목에서 과락이더라도 커트라인과 2점가량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과락은 과락으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법무부측에서는 채점답안 공개는 불허하며, 재채점이나 여러가지 이의는 모두 안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과연 과락을 0.5~2점차로 받은 사람들의 답안을 다른 교수들이 채점한다해도 과락 100%라고 말할수 있을
까요?
합격자 사정시에 이런 어이없는 결과를 보았음에도 법무부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수험생들
의 실력저하만을 신문사에 알리기에 급급했습니다.
과연 이번 합격자 산정방법이 적절했다고 보십니까?
이번 채점교수들의 채점재량권이 지나치게 남용되었다고 보지 않으십니까?
정부는 이번 사법시험 80%대량 과락사태에 대하여 대책을 세우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 실력있는 사람들이 과락에 덜미를 잡혀 과락에서 겨우 2점을 상회한 평균 10점이상 차이나는 사람들
에게 밀린다는것이, 그래서 또 다시 1년을 아니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는게 과연
옳다고 보십니까?
불합격자중 평균점수가 커트라인 이상이 되는 사람들에 대한 재채점을 하셔서 합격자 1000명에 모자라는
인원 95명을 보강해야 한다고 봅니다. 재채점이 힘들다면 불합격자의 평균 고득점 순으로 95명을 추가합격
시키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마저도 불가하신다면 이번 채점 교수님들에 대한 강한 경고조치라도 있으셔야합니다.
또한 법무부의 합격자 사정 방법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것입니다.
과락 40점에 42.64 합격...80% 과락사태...이건 분명 채점교수님들의 채점재량권 남용입니다.
또한 커트라인과 평균 10점이상 차이가 나는 불합격생들에 대한 구제는 마땅하다고 봅니다.
이는 저뿐만이 아니라 올해 불합격생과 내년에 2차를 보게될 수험생, 그리고 1차를 준비하는 모든 수험생
들이 바라는 것일겁니다.
저는 수험생의 실력저하보다 우리나라 판검사와 변호사의 자질저하가 더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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