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법 개정 놓고 법사위원들 '고민'
대부분 변호사 출신... 재경위 통과 불구 변호사-회계사측 눈치 봐
김종철(jcstar21) 기자
'집단이익을 대변할 것인가, 원칙에 충실할 것인가.'
세무사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고민에 빠졌다.
이유는 이미 지난달 1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로 올라온 세무사법에 대한 한국공인회계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반발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세무사법은 그동안 형평성 논란이 일었던 회계사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을 폐지하고, 세무사 명칭은 세무사시험 합격자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 또 기존 세무사 자격을 얻은 회계사와 변호사는 5년뒤부터 세무사회에 가입한 후 세무사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그동안 회계사 시험과 사법시험 합격만으로 세무사 자격을 그대로 인정받아온 회계사회와 변협이 기존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다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변협은 세무사법의 개정안의 철회 내지는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세무사쪽은 이미 세무사 자동자격에 대해 국민들 대다수가 부정적인데다 지난 10월부터 정부 차원의 공청회와 국회 재경위의 법안 심사과정에서 학계와 해당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다며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강조하고 있다.
이미 재정경제위를 통과한 세무사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하는 법사위원들은 이같은 틈바구니에 끼여 고민이 여간 아니다.
특히 법사위원 대부분이 이번 법률 개정안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변협’ 소속의 변호사 신분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자칫 법사위가 집단 이익 때문에 이미 관계부처와 해당 상임위의 검토를 마친 법률에 대한 변질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현행 국회법상 법사위 본연의 기능이 법안 체계와 자구 심사이어서 해당 상임위에서 타당성을 검토하고 심의한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 월권 시비를 불러올 수도 있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관련 단체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헌법 정신에 위배되지 않거나 체계나 자구에 문제가 있기 전에 해당 상임위에서 넘어온 사안에 대해 통과시켜 주는 것이 관례이고 원칙”이라고 밝혔다.
제2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균(한나라당) 의원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변호사 신분의 이해 충돌에 대해) 완전 중립을 지킬 것이며 결과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단체 반발과 국회 파행 등으로 한달여 잠잠
국회 법사위 심사소위로 넘어간 세무사법 개정안은 앞으로 배출되는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의 세무사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같은 개정안 지난달 1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국회 파행 등으로 한달여 동안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세무사법 개정안은 지난 8월 세무사회가 정부 입법을 통해 추진했지만, 공인회계사회 등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어 정부 차원의 공청회가 열렸지만, 재경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입법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한나라당 김정부 의원 등 21명의 발의를 거쳐 국회에 개정안이 올라갔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지난달 의원입법으로 국회 재경위에 상정되자 공인회계사회는 주요 일간지에 세무사법 개정의 부당성과 세무사회를 비난하는 대대적인 광고를 게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10일 일부 내용에 대한 수정이 이뤄지고 국회 재경위를 통과하자, 회계사회와 변호사회는 법사위에서 법 개정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변호사회는 지난달 18일 법사위에 내놓은 ‘세무사법 개정에 대한 변호사협회의 의견’을 통해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부당을 주장하면서, 개정안을 철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같은 변협 의견에 대해 지난달 19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동조해 문제를 제기하자, 결국 법률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심사소위원회로 넘겨졌다.
하지만 학계와 세무관련 전문가들은 이같은 변협 의견에 대해 여전히 명분과 특혜를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미 사법시험에 조세법 단 한 과목을 필수도 아닌 선택과목으로 치르고 있는 점이나 대부분의 변호사가 세무사로서 세무 대리 업무를 하지 않은 현실을 변협 스스로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사위 소속 A의원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변호사가 세무사 이름을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명칭을 쓰지 않아도) 세무사 업무를 할 수 있지 않나”라며 변호사의 명칭 사용에 대한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A의원은 다만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위원회에서 법사위의 취지에 맞도록 합리적으로 처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립대 송쌍종 교수는 “회계사는 세무사라는 덤을 당연한 특권으로 여겨온 것이 사실이었고, 변호사들도 별다른 관심도 없다가 문제를 제기하면 이같은 특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또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면서 “분야별로 전문화를 지향하는 마당에 불공평의 극치인 자동자격 부여제도를 이제는 정비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4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본격적으로 열림에 따라 법사위원회의 전체회의와 심사소위원회도 다음주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2003/12/04 오후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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