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에 사는 만3세 사내아이와 회사원인 남편을 둔 평범한 주부입니다.
갖은 게 많지는 않지만, 이제까지 부족할 것 없이 교육 받고, 별 어려움 없이 살아왔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알뜰하게 사시면서 자식들 뒷바라지 해 주신 친정 부모님 덕분이란 걸, 전 알고 있습니다. 부자는 아니지만, 열심히 살아오신 부모님은 집과 자기소유의 사업채도 가지고 계셔서 저희 가족 모두에게 든든한 존재입니다. 그런 저희에게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제 21살인 저의 막내 동생이 지난 2002년 11월 22일에 53사단 126연대 1대대 7508부대에서 사망한 것입니다. 저희 가족은 그날로 부대로 갔습니다만, 현장은 이미 훼손되어 있고, 사고 발생 반나절도 안 지났는데, 수사관은 자살로 결론 짓고 있는 듯 했으며, 기본적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부검을 촉구 했습니다. 자살이란 결론에 짜맞추듯 이루어진 부검, 병사들의 진술 등으로 수사는 너무나도 쉽게 종결되었습니다. 얼마 전 53사단 검찰로 넘어간 수사기록을 열람하면서 저희 가족은 너무도 기가 막혔습니다. 수사관들은 저희 가족이 납득할 만한 증거나 정황들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냥 타살일 가능성이 적기 떄문에 자살이다. 이걸 저희 가족이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사회에서는 친구도 형제들 중에 가장 많았고, 장학금도 타고,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던 건우.
심지어 군대도 자기 스스로 다 알아보고, 군에 운전병으로 지원 입대한 건우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죽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수사가 진행되면서 기가 막힌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저는 군에 대해서 아는 게 없고, 아이들을 가르쳐 본 거 외엔 사회 생활이란 걸 잘 몰라서 조직이 어떤 것인지 몰랐습니다.
그래도 제 자신이 상식을 가진 건강한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53사단에서 일어나 사망사건을 53사단 내 헌병대가 수사한다는 것이 기가 막혔습니다. 군은 철저한 계급 사회 이고, 군에서 발생한 사고는 연대책임을 집니다. 그런데, 같은 사단에서 수사하고 사건을 판단하다니요. 이게 말이 됩니까?
수사가 종결된 지금, 검찰로 넘어간 지금, 더 기가 막힙니다. 사단 내 검찰의 법무참모와 검찰의 계급은 각각 소령, 중위입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나타나는 헌병대장님은 중령이라고 하시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의혹이 있어도 무슨 조사를 할 수 있겠냐는 거죠. 답답합니다. 상식이 없는 곳이 군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또한 이번 일로 제가 가지고 있는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한 상식들이 군에서는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저는 군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저희 가족의 이 억울함을 대통령께서는 풀어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제발 이 일에 관심을 갖아 주시고, 평범하게 살아온 저희 가족들이 앞으로 이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임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앞으로 제 아들과 제 조카들도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위해 군에 입대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가슴이 죄여오고, 피눈물을 흘리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입니다.
이 일이 제 개인의 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아실 거예요.
국가가 국민의 죽음을 외면한다면, 것도 징병제로 이제 막 꽃피려는 많은 젊은이들이 가는 군대에서의 죽음을 외면한다면, 누가 대한민국 군민임을 자랑스러워 하고, 누가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하려 하겠습니까?
부디 이 일에 큰 관심을 가져주시고, 제 동생의 죽음의 진상을 해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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