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원의 동우여자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입니다.
현재 저희 학교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어이없는 행태를 세상에 알리고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희 학교 옆에는 이제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숲이 있습니다. 봄이면 아카시아 꽃이 피고 새들과 동물이 뛰노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동산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도 오랜만에 아카시아 꽃 향기가 그리워 학교에 찾아 온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저희 학생들에게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갑자기 벌목꾼들이 나타나서는 산에 있는 모든 나무를 베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어떤 사람이 그 산을 인수해서 골프장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저희 학교 주변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그린벨트의 예외 조항으로 공원이나 국민 체육 시설 등은 개발이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학교 부지 바로 옆에 골프 연습장과 골프장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기 돈을 내고 산 땅에 자기 마음에 맞는 건물을 짓는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왜 하필이면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학교 옆이어야 합니까? 이제 더이상 아름다운 새 소리도 아카시아꽃의 향기도 들리지 않는 삭막한 동산에는 날카로운 기계 소리와 포크레인 불도우져 소리만 가득할 뿐입니다.
어느 분 이야기를 들어 보니 골프장과 학교 건물과의 거리는 최소한 2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현재 공사장은 학교와 바로 붙어 있다시피 합니다. 더이상 정상적인 수업을 불가능했고 우리의 마음의 고향을 잃어버릴 수 없다며 결국 오늘 저희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마다하고 머리띠를 두르고 공사 현장에 뛰어 나가고 말았습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공사 현장을 막는다며 산 위에 모여 있는 모습은 웬지 모를 서글픔까지 느껴지게 하더군요. 왜 하필이면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 옆에 골프장 같은 부유층의 위락시설을 만들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이 이야기를 공유하기를 바라며 원칙 없이 자행되는 시 당국의 행정 정책에 근원적인 개선을 부탁드립니다. 어른들의 욕심이 어린 아이들의 가슴에 또다른 상처를 남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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