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중소기업인, 한 개인의 34년간 외로운 싸움이 결국에는 대한민국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보일러에 관한 신기술 고시자 박흥식 씨는 제일은행의 불법 금융행위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국가기관들의 직무유기를 지적하며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025가단2023호로 접수된 이번 소송은 단순한 민사 분쟁을 넘어, 공권력의 책임을 묻는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991년, 박 씨는 제일은행으로부터 ‘꺾기’라 불리는 불법 예금 강요를 당했다. 은행은 대출을 조건으로 예금을 강제하며, 총 2,520만 원 상당의 저축예금을 반환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은행은 박 씨에게 총 2,174만 원 상당의 어음 7매를 결제하도록 요구했으나, 이후 해당 어음은 반환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불공정거래 행위였으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재 대상이었다.
그러나 박 씨가 피해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기관에 제보했음에도, 정부는 아무런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형식적인 회신만 반복했고, 금융감독원은 피해자 조정 권고를 무시했으며, 감사원은 단 한 차례의 감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박 씨는 이를 헌법기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하며, 국가배상법 제2조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는 당초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법무부장관을 개별 피고로 지정했으나, 결국에는 이들 기관의 책임을 포괄하여 피고를 ‘대한민국’으로 정정하고 청구취지도 변경하였다.
이는 단순한 행정기관의 과실을 넘어, 국가 전체의 구조적 책임을 묻는 강력한 메시지다.
박 씨는 “국가는 피해를 충분히 인지하고도 실질적 구제를 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책임을 묻고 있다.
그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인용하며,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국내 사법절차를 넘어 국제사회에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박 씨는 해당 사건을 유엔인권이사회에도 공식 접수하며, 국가기관의 인권 침해와 구조적 무책임을 국제적 차원에서 고발했다.
이는 단순한 민원이나 소송을 넘어, 대한민국의 인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행보로 평가된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금융 피해를 넘어, 공권력의 무책임과 제도적 침묵을 고발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 씨는 금융감독원 및 정부법무공단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며, 필요시 금융위원회 및 감사원 관계자도 추가할 계획이다. 제2차 변론기일은 9월11일 오후2시30분이다.
그의 목소리는 작지만, 그 울림은 크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이 과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국가인지, 아니면 침묵으로 일관하는 관료주의의 벽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NGO글로벌뉴스] 마경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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