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에서 식품회사를 운영하는 노충선씨(44)는 연초 자신의 트럭을 운전하던 중 엔진이 정지해버리는 사고를 당했다. 고속으로 주행중이었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저속 운행중이라 큰 사고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노씨는 서비스센터에서 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름아닌 기름에 물이 섞여있어 엔진이 정지했다는것. 노씨는 사고 발생 약 1시간 전에 인천 남동구의 GS칼텍스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터였다. 노씨는 곧바로 주유소에 항의했지만 “책임이 없으니 알아서하라”는 무책임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이런 황당하고 억울한 노씨의 사연이 여성전문포털 마이클럽닷컴의‘소비자 불만제로’코너를 통해 알려지자 많은 네티즌들은 “또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GS칼텍스 주유소의 무책임한 대응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분노했다. 물섞인 기름으로 인해 주행중에 엔진이 꺼지는 피해를 당하고도 아무런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노씨를 만나봤다.
◇GS칼텍스주유소에서 판매한 물섞인 기름으로 인해 엔진정지
노씨는 지난 1월 17일 오후 2시 20분께 인천 남동구의 GS칼텍스주유소에서 기아자동차 봉고 3 1.4t 차량에 6만5000원어치의 경유를 넣었다. 이후 노씨가 화성시의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군포IC를 통과한뒤 약 2㎞ 지난 지점에서 오후 3시 30분께 차가 멈춰서 버렸다. 노씨의 봉고는 지난해 10월에 출고된 차량이었다. 노씨는 “주행중에 차가 서버려 너무 놀랐다. 큰 사고를 안당한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사고 순간을 전했다. 만약 고속도로를 주행중이었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노씨는 인근 동탄의 자동차 정비업체를 찾았다가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름에 물이 섞여 엔진이 정지한 것 같으니 여기선 수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노씨가 즉각 GS칼텍스주유소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항의하자 주유소측은 “우선 차량을 수리한 후에 상의하자”고 했다.
이에 노씨는 다음날 경기도 오산의 기아자동차 지정 서비스센터를 찾았고 여기서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엔진내부에서 쇳가루가 다량 검출됐으며 이는 기름에 물이 다량 함유돼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엔진의 고압펌프와 인젝트가 망가져 주행중에 엔진이 정지했다는 것. 차량 수리 비용만 약 328만원이 들어갔다.
노씨는 이런 사실과 차량에 남아있던 기름 시료. 주유내역 영수증 등 자료를 첨부해 손해보상을 요구했지만 주유소측은 상의는 커녕 잘못이 없다고 발뺌했다. 주유소측은 또한 겨울철 온도차로 인해 차량의 기름탱크에 물이 생긴 것이지 주유소측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노씨는 “그럼 온도차가 심한 여름이나 겨울에는 모든 차들이 이렇게 망가지느냐”며 억울해했다. 노씨는 지난 5년동안 사업차 인천을 오가며 이 이 주유소를 한달에 15~20일씩 이용한 단골 고객이었다.
◇GS칼텍스주유소. “주유 사실 믿을 수 없고 기름 확인할 이유도 없다.”
우선 경기도 오산의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를 찾아 노씨의 차량에 대해 확인했다. 기자가 만난 센터관계자는 “노씨의 차량이 입고된뒤 엔진시동조건 검사와 내부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통해 내린 결론”이라며 “기름에 물이 다량 함유돼 엔진이 망가졌다”고 설명했다. 온도차로 기름탱크에 물이 생겼다는 주유소의 주장에는 “절대 그런 일이 생길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약간의 물이 생길 수는 있지만 차량에 문제가 생길 정도라면 다른 차량들도 망가지고 문제가 생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인천 남동구의 GS칼텍스주유소를 찾았다. 주유소 관계자는 “기름을 확인할 필요도 없다. 그 차량이 우리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증거가 있느냐?”고 우겼다. 노씨가 사고 당일 발급받은 영수증에 대해서도 “그런 영수증은 누구나 와도 손쉽게 끊어준다”고 황당한 답을 늘어놓았다. 고객의 피해에 대해 최소한의 확인은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우리 주유소측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었으며 다른건 인정할 수 없다. 소비자법이든 뭐든 우리랑 상관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취재를 위한 인터뷰임을 재차 밝혔음에도 이 관계자는 “그런 기름을 넣은적 없다. 필요하면 그 차량의 기름이 아니라 우리 탱크 기름을 갖다가 확인해보라”고 했다. 기름 탱크의 기름은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머뭇거리며 “그럼 노씨가 차량에 물을 집어넣고 그러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하더니 일이 밀렸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번에는 GS칼텍스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홍보실 관계자는 “노씨의 경우는 아직 고객서비스 센터에 접수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면서 “장기간 기름을 보관할때 물이 발생해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우선 고객이 고객센터에 접수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씨는 사고발생 당시 GS칼텍스 고객센터에 접수했으며 그뒤 “주유소에서 중재를 거부해 더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해 이 관계자의 말을 뒤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문제가 발생한 주유소는 GS칼텍스의 직영 주유소가 아닌 기름만 받아 판매하는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라고 했다. GS칼텍스는 현재 전국에 3400여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20％가 직영이고 나머지는 자영 주유소라고 덧붙였다.‘GS칼텍스’라는 간판을 믿고 가던 고객들이 이제는 직영이냐 자영이냐까지 구분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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