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비리변호사` 9명 업무정지 요청 [연합]
사법사상 처음…`최종결정 2∼3개월 걸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가 최근 소속 회원 중 '비리 혐의'가 있는 변호사의 업무를 정지시켜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해 법조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대한변협은 "일부 회원의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6월 말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거나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은 변호사 9명에 대해 업무정지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키로 결정한 것을 이번에 실행했다"고 2일 밝혔다.
변협이 변호사법을 토대로 소속 변호사의 업무정지를 요청한 것은 사법 사상 처음이다.
변호사법 102조에는 '법무부 장관은 공소제기되거나 징계 절차가 개시돼 등록취소ㆍ제명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크고 그대로 두면 의뢰인 또는 공공의 이익을 해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경우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변호사의 업무정지에 관한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변협은 비리를 저질러 한 차례 징계를 받은 회원이 다시 비슷한 사안으로 징계 절차에 회부되자 자체 규제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돼 업무정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변호사 징계에 관해 검사징계법을 준용하는 현행 변호사법상 징계 사유가 있어도 재판이 종결될 때까지는 징계가 정지(검사징계법 24조)돼 판결 확정 이전에는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변호사를 징계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고 변협은 말했다. 재판 종결 여부와 관계없이 징계를 가능토록 한 변호사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업무정지 요청 대상자의 혐의별 분포는 변호사법 위반 4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2명, 특경가법(배임) 1명, 사기 2명 등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제까지 형사 사건으로 기소돼 업무정지 명령을 받은 변호사 수는 1973년부터 1990년까지 59명이며 대부분 업무상 횡령, 사기, 변호사법 위반 등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는 게 사유였다. 이는 옛 변호사법에 '형사 사건으로 공소제기(기소)된 변호사에 대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업무정지 명령을 받은 59명 중에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노동쟁의조정법 위반으로 대상에 포함된 것을 비롯, 이돈명ㆍ박찬종ㆍ장기욱 등 민주화와 인권옹호 활동을 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ㆍ공무집행방해ㆍ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인권ㆍ민주화운동' 변호사 5명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1986년 특경가법 위반죄로 기소돼 업무정지를 당한 변호사 S씨가 '공소 제기를 이유로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변호사법 조항은 위헌이다'며 제청한 위헌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1990년 위헌결정을 내린 뒤 몇차례 개정되면서 업무정지 요건이 엄격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달 5일 변협으로부터 '비리 변호사' 9명의 명단을 넘겨받아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가 끝나고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2∼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경원 변협 회원이사는 "입법의 미비점을 틈타 일부 회원이 변호사업계의 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든다는 판단에 따라 의뢰인을 보호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업무정지 요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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