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란 … 대통령은 한달째 ‘머슴론’ 외치는데 [중앙일보] 복지부, 멀쩡한 집기 버리고 거짓말 관련핫이슈 이명박 정부 출범 지난달 25일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달 동안 던진 대표적 화두는 ‘공직사회의 변화’였다. 관습과 관성에 젖어 군림하는 공직자가 아니라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부지런하고 솔선하는 머슴’이 돼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국민들 힘들어도 여러분은 봉급이 나가지 않느냐. 1조가 들어가는 사업에 2조, 3조가 들어가도 책임지지도, 불안하지도 않지 않으냐”는 이 대통령의 서슬 퍼런 질책 앞에 정부부처 업무보고장은 연일 숙연한 반성의 장소가 됐다. 그러나 관료들의 머릿속 소프트웨어의 변화까지 기대하기엔 한 달이 너무 짧았던 모양이다.
◇이런 공무원=옛 해양수산부가 정부조직 개편으로 해체되고,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사옥으로 보건복지가족부가 이사 오는 과정에서 멀쩡한 가구와 사무실 집기류가 내팽개쳐지는 사건이 지난주 발생했다. 가구와 집기류 사이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의 도장이 찍힌 공문도 눈에 띄었다. 길을 가던 일반인들이 물건 중 일부를 가져가기도 했다.
이사를 떠난 옛 해양수산부는 12~14일 계동빌딩에서 이사 나오며 가구와 집기를 남겨두고 이사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 방침에 따라 다섯 가지 물품(컴퓨터·프린터기·복사기·팩스·전화기)을 빼고 나머지 집기는 모두 둔 채였다. 그러나 옛 해양부와 복지부는 남겨둔 물품이 무엇인지, 제대로 두고 가는지 확인을 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13일 이사를 하면서 사무실 집기들은 밖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물건들은 시간이 지나며 어지럽게 쌓여갔다. 복지부 김철수 서무팀장은 “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재활용할 물품을 선별하기 위해 건물 밖에 쌓아둔 것”이라며 “모두 버리려던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누가 봐도 버리는 물건으로 보였다.
이런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22일 옛 해양부에서 용도계를 담당했던 유상준 사무관은 복지부 청사로 달려갔다. 그는 건물 밖에 쌓인 집기들을 보고 당혹스러웠다. 그는 “협의 과정에서 복지부가 쓸 만한 것은 모두 쓸 테니 하나라도 더 놔두고 가라고 했다”며 “복지부 담당자들에게 왜 다 들어내 놓느냐고 했더니 ‘쓸모없는 것들만 추려서 내놓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복지부 김 팀장과는 얘기가 다르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 이사업체 직원들을 시켜 물품을 모두 치웠다. 폐기하거나 아예 쓰지 않을 물품은 조달청의 정부물품재활용센터로 보내고 쓸 만한 집기는 현대사옥 1층에 있는 빈 사무실로 옮겼다고 했다.
근처의 한 상인은 “만약 공무원 본인이 이사 가는 것이었다면 저렇게 멀쩡한 물품을 아무렇게나 방치했겠느냐”며 “세금으로 산 물품을 그렇게 마구 다루는 것을 보면 다른 데 돈이 얼마나 허투루 나갈지 짐작이 간다”고 말했다.
김창규·김영훈·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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