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이런 곳에 글을 쓰게 될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고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제 현실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오빠를 하늘로 보낸지 2달이 조금 넘었네요.
누구에게나 가족은 소중하겠지만 저에게 오빠는 이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었습니다.
서두는 줄이겠습니다.
저 같은 사연을 가지신 분들은 수없이 많고 또한 그런
사연들을 수없이 접하셨을테니까요..
또.. 아무리 세상에 대고 알아달라고 소리쳐도..
결국 자신의 일이 아닌 이상 남의 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나 절실히 느끼고 있으니까요..
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를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 웃긴 것이.. 소중한 가족을 보내고도..
이런 말도 안되는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로 인해 또 한번 가슴에 못을 박는 결과를 접하고..
정말 우습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세상 사는 데 절차는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그 무엇도 소중한 생명과는 바꿀 수 없습니다.
저희 오빠는 제대 6개월을 앞둔 육군 상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올 해 1월 말에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원인은 뇌동정맥 기형이라더군요..
분당 수도 병원에서 대수술을 받고 20일간 의식없이 누워
있었지만 결국 오빠는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힘들게 하늘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단 한마디도 남기지 못한 채, 가족들 얼굴 보지도 못한채..
그렇게 말이죠..
솔직히 저희도 오빠의 뇌혈관이 기형이어서 발생한 일이기에
처리가 어떻게 될지 확신은 못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군의관님이 말씀하시길,
뇌혈관 기형은 시한폭탄과 같아서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하시더군요..
운이 좋으면 평생 터지지 않고 살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건 그겁니다.
만일, 저희 오빠가 군대에서 힘든 훈련 받지 않고,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했을까..
아무도 모를 일이죠.. 물론 꼭 군에 있을 때가 아니었더라도
사고가 일어났을지도 모릅니다.
평생을 건강하게 살다 갔을지도 모르구요..
마찬가지로 군에서 과중한 업무와 훈련에 따른 피로와 과로,
스트레스가 쌓여서 혈관이 터졌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어떤 것에도 확신을 할 수가 없는 일이죠..
그렇다면.. 그 어떤 추측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요??
그 어떤 것도 간과해선 안된다면 고인을 위해 국가에서 그 정도도 못해주나요?
아니..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얼마전에 저희 아빠가 보훈처에 들리셨습니다.
국가 유공자 신청 수속을 밟으라는 등기가 왔기 때문입니다.
그 곳에 다녀오신 아빠는 조금은 웃으실 수 있었습니다.
오빠가 병사보다 한 단계 위인 순직으로 처리됐기에
조금의 사망 보상금과 연금이 나온다고 보훈처 관계자가 자세히
설명해주셨다고 하더라구요..
가족을 잃은 상황에서 그깟 돈 따위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희가 바라는 건.. 오빠의 일이 헛된 것이 아닌..
조금은 값진 것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면.. 저희 오빠도 조금은 덜 억울하지 않을까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하늘에서 쉴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도 오빠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픕니다.
그 마음을, 그 국민의 마음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너무나
매정하게 찢어놓더군요..
며칠전에 도착한 비유공자 심사 결과 등기가 말이지요..
사람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실컷 국가유공자라고 설명해주고
뒤늦게 뒤통수를 치는 건 뭡니까??
뿐만 아니라 저희 오빤 현재 대전 국립 현충원에 있습니다.
물론 순직으로 처리되서 말이지요..
어떻게 똑같은 한 사람인데 어디서는 순직이고 어디서는 병사고..
말이 됩니까???
억울합니다.
오빠는 군대 가서 혹독한 훈련으로 인해 생병도 앓았습니다.
늑막염으로 2달 정도 군병원에서 입원도 했었습니다.
군대를 가지 않았다면 과연 그런 생병이 걸렸을까요?
군병원에서 퇴원하고 1년도 안되서 다시 또한번의 고통이
오빠에게 찾아왔습니다.
오빠가 쓰러지기 전 날, 오빠는 의무병이기에 분당 수도병원에
용무가 있어서 분당에 들렸습니다.
그 날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날이었습니다.
뇌출혈은 여름보다는 날씨가 추운 겨울에 발병률이 높다고 하더군요..
그 날 밤, 오빠는 두통을 호소하다가 새벽에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기형을 달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주변환경을
간과해서는 안되지요.. 제말이 틀리나요??
오빠가 군에만 안 갔더라도 우리 가족의 행복이 깨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적어도, 군대에 있는 동안은 국가가 군인의 부모가 되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당연한거 아닙니까??
부모님은 자식을 저버리지 못합니다.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가 아닐까요?
우리 오빠가 편안히 눈 감을 수 있도록, 그곳에서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한 번 결정된 심사 결과가 저희 가족의 힘만으로 뒤바뀔거란
기대는 이미 버렸습니다.
매정하고 얼토당토 않는 국가의 처리방식을 이미 경험했으니까요..
하지만.. 오빠를 위해서 꼭 저희 가족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겁니다.
다시 한 번, 되돌아 봐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가족과 같은 사연을 가지신 분들이 하루에도 수천번, 수만번
항의하고 건의를 하겠지만.. 그 가족들의 마음을 한번이라도
진실로 헤아려 주신다면 끝까지 매정하시진 않으실거라 믿습니다.
아직도 의문입니다. 사람의 생명은 모두가 소중하며 게다가 군인의 생명은 국가의 몫입니다.
그것을 유공자 비유공자로 나누는 것 자체가 참으로 괘씸하다는
생각뿐입니다.
저는 아직 어린 여대생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판단할 수 있는 어엿한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다시 한 번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다소 감정이 격해져서 거칠게 말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을
것입니다.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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