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찰서내 구내식당과 매점을 민간에 위탁 운영하면서 임대료 대신 후원금 명목으로 매년 최고 1800만원씩 받아 전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건물에서 발생한 임대수익금은 전액 국고로 환수된다는 현행 국공유재산관리법을 피하기 위한 편법 운영으로, 경찰이 나랏돈을 ‘도둑질’ 한 것이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2006년 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2년간 김모씨(47)에게 구내식당 및 매점을 위탁 운영토록 하면서 ‘자판기 수익금’ 명목으로 월 150만원씩을 받아 경찰서 복지위원회 후원금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2년간 김씨로부터 3600만원을 받아 챙기는 대신 구내식당 임대료는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평택경찰서 구내식당(140㎡)의 적정 임대료는 공시지가 산정 기준으로 볼 때 연간 328여만원으로 추산된다. 경찰은 적정 임대료의 5배 이상을 받은 셈이다.
자판기 수익금 중 일부에 해당하는 후원금이라는 경찰의 주장도 변명에 불과하다. 평택경찰서 내 자판기는 모두 4대. 1일 판매액 합계가 1만~2만원으로 월 30여만원에 불과한 점으로 미뤄볼 때 자판기 수입으로 후원금을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씨는 “그동안 후원금은 자판기 수익금이 아닌 구내식당 수익금으로 냈다”면서 “후원금을 내고 나면 늘 적자였다”고 말했다.
평택경찰서는 김씨 이전에 구내식당을 운영한 업자에게도 수년간에 걸쳐 월 150만원씩을 후원금조로 챙겨왔던 것으로 드러나 그동안 빼돌린 돈이 억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후원금을 모두 직원 후생복지에 집행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중 일부는 서장 판공비로도 사용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경기지역 35개 경찰서 중 평택경찰서처럼 구내식당을 민간업자에게 위탁한 곳은 양주서·의정부서 등 10곳이다.
자판기 수익금 중 일부를 복지위원회 후원금으로 받는 곳도 부천중부서(자판기 5대·월 100만원), 수원중부서(자판기 4대·수익금의 30%), 수원서부서(자판기 4대·월 21만원), 양주서(자판기 6대·월 30만원) 등 4곳이 있다. 그러나 경찰서별로 후원금액이 천차만별이고 산출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의혹의 소지가 많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기지방경찰청은 그동안 일선 경찰서 복지위원회 운영에 대해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 취재로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섰을 뿐이다.
경기지방경찰청 경무과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 복지위원회 관리에 대한 매뉴얼이나 지침은 없다. 그동안 각 경찰서 경무과장이 위원장을 맡아 자체 운영했기 때문에 굳이 관여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 현황 파악을 안했다”면서 “현재 문제점이 드러나 실태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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