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관 대응지침까지 만들어가며 치밀하게 공정위 조사를 무력화해온 삼성전자 임직원을 적발, 중징계 조치를 내렸는데 삼성전자가 여전히 이들로 하여금 공정위 관련 업무를 맡게 한 데다 정부는 이들의 정부청사 출입증조차 제때 회수하지 않아 ‘조사방해 범법자’들이 공정위 각 사무실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삼성전자 간부직원은 조사방해 행위를 적발한 공정위 사무관에게 행패를 부리기까지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 노조는 24일 공개성명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조직적인 조사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가 내려진 지 1개월이 지났는데도 공정위는 삼성전자의 업무수행 방식과 관련 임직원의 공정위 출입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조사방해자들이 여전히 과천 청사 및 공정위 사무실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출입함으로써 공정위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들의 출입증 회수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한 공정위 직원은 노조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오늘도 삼성전자 업무팀은 공정위 요청에 의해 발급된 출입증을 당당히 가슴에 달고 공정위를 제 집 드나들 듯하면서 각종 조사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이러한 동향 정보가 결국 다음번 조사방해 기초정보로 활용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다른 직원은 “삼성전자가 업무팀을 교체하지 않는 건 공정위를 우습게 알거나, 조사방해 심결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앞으로도 이들에게 조사방해 중추역할을 맡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비꼬았다.

이 같은 공정위 직원들의 불만은 문제의 업무팀 소속 간부직원이 조사방해건을 다루기 위해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 과징금을 부과받은 직후 길거리에서 마주친 공정위 담당 사무관에게 고함을 지르는 등 행패를 부렸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록 ‘취해서 실수했다’고 다음날 사과했다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직원들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노조의 문제 제기에 대해 “삼성전자 업무팀 모 과장의 출입증은 회수했지만 다른 출입증은 공정위가 발급 요청한 게 아니어서 회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