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격을 높이기 위해

  한국 언론에 드리는 조언 3가지

1. 외국어 한글 표기 정확히 하자

 "내가 거짓말을 하면 성을 갈겠다." 자신을 믿어달라는 뜻으로 흔히 하는 말이다. 자신의 성을 간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고 조상에 대한 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 매체들은 미국 사람들의 성을 마음대로 바꾸고 있다. 예를 들면, 지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Gingrich를 "깅리치",  Romney는 "롬니",라고 읽거나 표기한다. 굳이 미국까지 갈 필요도 없다. 한국서 미국 방송사 인터넷 싸이트에 들어가 뉴스 동영상을 보면 미국인들은 Romney를 "람니" 그리고 Gingrich는 "깅그리취"라고 발음한다는 사실을 금방 알수 있다. 한국 언론사들은 전부 미국에 특파원을 두고 있다. 그들이 미국 방송을 청취한다면 미국인들이 위의 두 정치인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매체들은 하나 같이 "깅리치"와 "롬니"를 고집하고 있다. 우리 입으로는 이들 두 사람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할수 있고  우리 한글로 정확히 그들의 이름을 표기할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틀리게 발음하고 틀리게 쓰고 있다. 물론 람니를 롬니로 쓰고, 깅그리취를 깅리치라고 쓴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왕이면 정확하게 말하고 쓰면 더 좋지 않겠는가? 만일 한국인이 미국인과 대화할 때 깅그리취를 깅리치로 발음하면 상대방은 "한국인의 입 구조로는 깅그리취라고 발음할수 없는가 보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일본 글자로는 외국어 발음을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기가 어렵다.

예컨대 Clinton은  "쿠린톤"이라고 밖에 표기하지 못한다. 그런 불완전한 글자를 가진 일본 언론도 Gingrich만은 우리 한국 언론보다 훨씬 정확하게 "깅구릿찌"라고 표기하고 있다.

   영어에 관한한 한국에는 감시 감독 기능이 없는 것 같다. 신문이나 방송이 깅그리취를 깅리치라고 잘못 쓰거나 발음해도 누구 하나 그것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또는 못하고) 모두들 그 잘못을 따라간다. 필자가 듣기로는 한국에서는 국립국어원이라는 기관이 언론사들과 외국어 한글 표기에 관하여 협의하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가지고 있다 한다. 이 협의 기구가 예컨대 Gingrich를 "깅리치"로, Romney를 "롬니"로 방송하거나 활자화하기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그 협의기구 구성원들은 영어 등 외국어에 그다지 능통하지 못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외국어를 귀로 들어보려는 노력은 아예 하지도 않고 쓰여진 글자만 보고 적당히 그 것의 한글표기를 결정하는 것 같다.

 2. 엉터리 영어단어 만들어 퍼뜨리지 말자.

  미국 대학에 유학 온 한국학생이 미국서 태어나 자란 동포2세에게 “너 여자 친구하고 스킨십 하니?”라고 물었다. 2세는 “스킨십? 그게 뭔데?”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학생은 “스킨십도 몰라? 너 미국서 태어나 자란 거 맞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2세는 “몰라. 스킨십,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라고 물었고 유학생은 “그거 쎅스하는 게 아니고 그냥 만지기만 하는 거야”라고 일러주었다는 얘기가 있다.

  한국에서는 ‘스킨십’을 영어인줄 알고 유식한척 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고 있지만, 이건 미국인이나 영국인 같은 영어 원어민도 모르는 엉터리영어다. 그런데도 한국서는 신문, 방송에서까지 쓴다. 그게 skinship이라면 “스킨쉽”으로 발음하면 그나마 듣기가 좀 나을 텐데 한국의 불합리한 “외국어 표기규칙”에 따라 “스킨십”이라 발음하고 쓰니까 무슨 포르노 용어처럼 쌍스럽게 들린다. 한 일간신문은 “박근혜, 지지자들과 부산․화성서 스킨십”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기사를 읽어보니 박씨가 화성에서 김장 배추 수확하는 걸 도와주었고 부산서는 지지자 단체 모임에 가서 지지자들과 사진을 같이 찍었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신문은 한국의 유명한 의사들을 소개하면서 “안교수는 유방암 분야의 대표적 명의다. ‘환자 스킨십’은 그를 명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요한 요인이다”라고 보도했다. 스킨십은 의사와 환자 간의 ‘유대관계’를 뜻한다고 주석까지 달았다. 이 신문은 “사랑도 리모델링 되지요, 그 출발은 스킨십”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실었다. 이성간의 애정을 표현하는 신체적 접촉에서 의사가 환자를 친절히 대하는 것, 정치인이 지지자들과 만나는 것 등을 모두 스킨십이라 하는 모양이다. 우리말 표현이 얼마든지 있는데 왜 굳이 스킨십을 쓸까? 그건 영어 못하는 사람이 영어 좀 하는 척 하느라고 TIME지를 손에 들고 다니는 그런 심리 때문이 아닐까?

   spec(스펙)도 한국서는 “경력”이란 뜻으로 쓰지만, 역시 영어원어민도 알아듣지 못하는 엉터리 영어다. 술잔을 단숨에 비우는 걸 한국서는 “원샷”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엉터리 영어다. 원어민들은 Chug!(처억) 또는 Chug it!(처어그 잇)이라고 한다. 리베이트(rebate/합법적 환불)도 한국서는 "검은 돈"이나“뒷돈"이란 뜻으로 잘못 쓰고 있다. 한국서 말하는 리베이트는 영어 kickback(킥백)에 해당한다.그냥 뒷돈이나 검은돈이라고 하면 될것을 굳이 영어로 표현하려는 태도도 이해가 안된다.

   한국 언론이 계속 "리베이트"란 단어를 남용하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예컨대, 제약사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의사가 형사고소 되었다고 가정할 때, 이 의사의 의뢰를 받은 미국법률회사는 “한국 언론매체들도 우리 의뢰인이 받은 돈을 리베이트(합법적 부분환불)라고 했다. 그러므로 우리 의뢰인은 무죄다”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어느 유명 영어학원의 motto는 I CAN DO 였다. 나는 이미 20년 전에 그것을 YES, I CAN 으로 바꾸라고 권고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오바마의 2008년 대선 구호가 Yes, We Can.이었다. We Can Do가 아니었다.

   한국사람들은 영어를 쓰기 좋아하면서도 영어를 정확하게 쓰려는 노력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한국말을 그대로 단어 하나씩 영어로 옮기기만 하면 그게 바로 영어가 되는줄 안다. 그래서 경주 불국사에 '사진촬영금지'를 Photo Shoot Prohibition 이라고 웃기게 써붙여놓았는데도 누구 하나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여행을 한 어느 미국대학 교수가 이 웃기는 경고문을 발견하고 나한테 알려주었다. 부끄러웠다.

  한국 SBS 인기 TV show에 “스타킹”이라는 게 있다. 나는 처음에 이것이 여자 스타킹 디자인과 관계되는 쑈인 줄 알았다. 영어로는 Star King이라고 쓰는 모양인데, 이게 무슨 뜻인지 알쏭달쏭하다. 스타 중에서도 으뜸가는 스타라는 뜻이라면 그런 뜻이 전달되지 않는 명칭이다. 영어원어민들에게 Star King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왕”이란 뜻으로 전달되기 쉽다.

   종합케이블 TV방송 JTBC의 연예 프로그램 중의 하나는 영어로 "Made in U"라고 한다. 무슨 뜻인지 외국인 특히 영어원어민들에게는 감이 잡히지 않는 이름이다. 보도에 의하면, 심사위원들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스타들을 만드는 쑈란 뜻이라는데, 그런 뜻이라면 Made in U는 아니다. Made in Korea가 “한국이 만든 것”이니까 Made in U라 하면 “당신(yoU)이 만든 것”이란 뜻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해다. Made in 다음에는 반드시 지명(地名)이 와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곳 워싱턴에서 미국인에게 Made in U가 무슨 뜻인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처음엔 모르겠다고 하다가 나중에 Made in Uganda? Made in Uruguay?, Made in Ukraine? or Made in Underground(우간다 제품, 우루과이 제품, 우크라이나 제품, 아니면 지하철 안에서 만든 것?)이냐고 해서 같이 웃었다.

   영국의 Britain's Got Talent(영국인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와 미국의 American Idol (미국의 우상) 같은 쑈 이름을 보라. 얼마나 간단명료하고 이해하기가 쉬운가? 그런데 영어사용국도 아닌 한국의 TV show 이름이 Made in U 라니 도대체 무슨 뜻인지 전혀 감을 잡을수 없다. 기발한 명칭을 찾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언어적 장난이 지나치다. 물론 U 대신 You를 써서 Made in You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Made in You란 영어는 우선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만일 JTBC가 필자에게 작명을 의뢰했다면 나는 You Make

Stars(여러분이 스타를 만들어보세요)를 권했을 것이다. 뜻이 바로 전달되고 외우기도 좋은 이름이다. 영문으로 쑈 명칭, 상품 이름, 상호를 지을 때는 신경 좀 써야한다.

워싱턴에서

조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