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언론비리 > "시사저널 못 지킨 건 전언론의 패배"

[TV리포트] ‘최단 시간 10만 정기구독자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시사잡지로 자리매김했던 `시사저널`. 이 시사저널에 몸 담았던 22명의 기자들이 편집권 독립을 외치며 1년 여의 사투 끝에 결국 회사를 떠나 지난 2일 새 매체 창간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 3일 MBC ‘PD수첩이 지난 1여년의 시사저널 기자들의 험난했던 과정을 담아 관심을 모았다. 사건은 2006년 6월 17일 새벽 1시,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이 이미 인쇄소로 넘어간 시사저널 875호에서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과 관련된 기사 3페이지에 대해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시작됐다. 이에 반발한 22명의 기자들은 곧 노조를 결성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길어야 한 달, 또는 100일이면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전면 파업과 직장 폐쇄, 단식 농성을 거쳐 결국 22명 전원 사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회사측은 최후 복귀 조건으로 22명의 기자 중에서 5명은 제외할 것을 내세웠다. 기자로서의 소신과 동료에 대한 의리를 모두 저버릴 수 없었던 기자들은 전원 시사저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기자들은 방송에서 착찹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저는 졌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당한 일을 한 사람은 그 자리에 그대로 지키고 있고, 저희가 그토록 온전히 지키고 싶었던 시사저널을 저희 발로 박차고 나온 거니까. 그건 저희만 진 건 아니고 전체 언론이 다 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전 시사저널 기자 노순동)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기자로 알려진 전 시사저널 기자 이숙이씨는, 암으로 투병 중인 친정아버지 간병 중에도 “휴대폰 문자로 온 정치 기사만 보면 가슴이 뛰고 아직도 취재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취재를 하는 입장에서 당하는 입장이 돼 당황스럽다는 주진우 기자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과 직접 사태를 겪는 상황이 되니 그 동안 내가 부족한 게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돌아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방송에 따르면 3페이지의 기사와 자신의 일에 열정과 신념을 가져 온 22명의 기자들을 맞바꾼 시사저널의 손해 역시 만만치 않다. 사측은 22명이 사퇴한 이후에도 100페이지를 충분히 채우고 있다고 자신했지만, 언론계 안팎의 시각은 비관적이었다. 한 시사저널 관계자는 “어디 가서 그렇게 적합한 인물을 데려오겠어요. 시사저널 기자들은 제대로 하는 기자들이었는데..” 갑갑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22명의 기자들이 사퇴한 뒤, 시사저널에는 한 자유기고가가 이름을 바꿔가며 뉴욕 타임즈나 헤럴드 트리뷴 등 외국 언론 기사를 번역해 기고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만화에 빠지다’는 표지제목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시사저널을 구입했던 한 만화가는 실제 내용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만화와 만화영화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기사에 반영했던 것. 김씨는 “기본적인 만화에 대한 정보를 왜곡해서 전달하면, 만화인의 입장에서 차라리 기사를 안 싣는 것만도 못한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한국의 대표적 시사주간지였던 시사저널의 명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사저널의 사태에 일제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주요 언론사들 역시 큰 문제로 지적됐다. 손석희(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어찌 보면 언론계 전체가 가장 핵심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될 편집권에 대해서 왜 이렇게 무관심 했던가”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비록 회사측과의 싸움에서는 물러났지만, 22명의 기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들은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올 9월 새로운 매체 창간을 준비하고 있다. 1~2만원의 작은 돈이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후원금 모금에 시사저널 기자였던 유옥경씨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작은 성의라도 모아서 보내주시는 분들이 힘이죠. 너무 너무 감동이에요. 희망이 막 보입니다.” 한 시사저널의 독자는 기자들에게 더욱 힘을 실어 줬다. “우리는 시사저널 자체의 브랜드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에요. 시사저널이 갖고 있는 올곧은 기사와 그 속에 담긴 기자들의 정신을 좋아하고 지지했던 거죠.” 한편 `시사기자단`은 오는 9월 새 주간지 형태의 매체를 창간을 준비 중이다. 현재 시사기자단 사이트(www.sisaj.com)를 통해 제호를 공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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