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인사청문회… 후보자 부인 3명 나란히 주민등록법 위반 민일영 부인 박선영의원, 시댁으로 주소 옮겨 분양받은 후에도 위장전입깵 양도세 회피 의혹 최경환도 탈루 논란… 이귀남 “위장전입 사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의 부인들이 위장 전입으로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아들의 고교 학군 때문에, 민 후보자는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고 각각 시인했다. 정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며 해명을 하지 않았다. 주민등록법은 ‘누구든지 주민등록에 관해 거짓의 사실을 신고, 신청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고위 공직 후보자들이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국회 인사청문회는 14일 민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주호영 특임장관 △16일 임태희 노동부 장관 △17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 △18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 백희영 여성부 장관 △21, 22일 정운찬 총리 후보자 순으로 진행된다.
○ 정운찬, “청문회에서 밝히겠다”
13일 국회 인사청문요청안 자료에 따르면 정 총리 후보자의 부인 최모 씨는 1988년 2월 5일 주소지를 경기 포천시 내촌면 마명리로 옮겼다가 같은 해 4월 1일 다시 원래 주소인 서울 방배동으로 이전했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결과 최 씨는 주소지만 포천으로 이전하고 실제 거주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최 씨가 주민등록을 이전한 주소지는 정 후보자의 경기고 동문인 김모 전 고려대 교수가 살던 기와집이었다. 김 전 교수는 “정 후보자와 이곳에서 같이 살자는 이야기를 나눴지만 와서 살지는 않았다”며 “(왜 정 후보자의 부인이 주민등록을 이전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이 일대에 6000여 m²의 땅을 사서 거주하면서 지인들에게 땅을 나눠 팔았다. 교수 10여 명이 이 일대에 집을 지어 이사를 오거나 별장처럼 이용해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교수촌’으로 불렸다. 시냇물이 흐르고 경치가 좋은 데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에 있어 교수들이 학교를 오가며 연구도 하고 거주도 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했던 이모 씨는 “당시 법이 이곳으로 주소를 옮겨놔야 땅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내가 거래했던 다른 교수들도 먼저 주소를 이전해 놓은 뒤 땅을 샀다”며 “정 후보자의 부인도 땅을 사려고 주소지를 옮겼다가 사정이 생겨 땅을 안 사게 되자 주소지를 다시 옮겨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 측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으로 청문회 때 모든 걸 밝히겠다”고만 밝혔다.
○ 민일영 후보자, 양도소득세 회피 의혹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 위장전입을 했다고 시인한 민 후보자 부인인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아파트를 분양 받은 이후에도 거주하지 않는 아파트에 계속 주소지를 옮겨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박 대변인이 양도세 면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당시 소득세법에 따르면 1주택 소유자가 6개월 이상 거주해야 양도세를 면제받게 돼 있었다.
박 대변인은 1988년 8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MBC 조합아파트인 한신아파트로 전입신고를 했지만 실제 거주는 하지 않다가 1990년 7월 ‘무단전출직권말소’를 당했다. 이는 실제 거주를 하지 않고 전입한 경우 취해지는 조치다. 이후 2개월 뒤에 주민등록을 회복해 사원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겼다. 박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987년 남편과 독일에 연수 간 사이 아파트가 완공돼 전세를 줬고 이듬해 귀국했지만 전세 계약기간(2년)이 남아 있어 전세 계약이 끝난 뒤 아파트로 들어갔다”고 해명했지만 왜 실제 거주지로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박 대변인이 1985년 6월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남편과 함께 거주하면서 주민등록만 마포구 도화동 시댁으로 옮긴 데 대해 민 후보자 측은 “아내가 MBC 기자로 근무했는데 사원아파트 분양 자격이 무주택 단독가구주였다”며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불가피하게 위장전입을 하게 됐다”고 시인했다.
○ 이귀남 후보자는 위장전입 시인
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과 장남은 1997년 9월 1일 실제 거주지였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에서 용산구 청파동 주택으로 주소를 이전했다가 이듬해 3월 18일 이촌동으로 다시 옮겼다. 이 후보자는 “같은 학군 내에서 다른 학교보다 방과후 야간자율학습을 철저히 하는 청파동 소재 고교에 배정받기를 희망하는 장남의 뜻에 따라 주소를 옮기게 됐다”며 “잘못된 판단이었으며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장남은 실제 이 고교에 배정됐다.
○ 최경환 후보자는 세금 탈루 의혹
국회 지식경제위 김재균 의원(민주당)은 13일 보도 자료를 통해 “최경환 지경부 장관 후보자 부부가 종합소득세 920여만 원을 탈루했다 추징당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최 후보자 부부는 2001년 종합소득세 160만 원, 2002년 종합소득세 763만 원을 2∼4년 뒤 국세청의 고지에 의해 납부했다”며 “이는 탈루 목적으로 고의로 소득세를 누락했다가 국세청에 적발돼 추징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최 후보자는 2005년을 전후해 지역구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로부터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한 대가성으로 각각 수백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 측은 “당시엔 소득세 원천징수 대상자였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탈루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후원금은 모두 합법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고 영수증 처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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