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공직자 비리 > 은행 단합 ---·제증명 수수료 등 무더기 인상 횡포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시중은행들이 최근 수수료를 무더기로 올려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만원 송금에 수수료 1,000원.’
주부 김모씨(36·대전시 서구 삼천동)는 며칠 전 근처에 있는 국민은행을 찾았다가 기겁을 했다.
각종 공과금을 내고 지난달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친목모임 회비 1만원을 송금하려고 하자 수수료를 1,000원이나 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
“수익을 내기 위해 지난해부터 송금수수료를 현실화했다”는 창구직원의 설명이 뒤따랐지만 ‘1만원에 1000원은 심하지 않은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며칠전 외환은행에서 대구에 사는 형의 농협 통장으로 1,000만원을 보냈던 차모씨(42·대전시 동구 대동). 송금수수료가 있다는 말에 무심코 1,000원짜리 2장을 꺼내다가 4,000원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차씨는 "아무리 다른 은행으로 송금한다고 하지만 전산시스템에 의해 모든 것이 처리되는 것을 감안할 때 송금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느낌이 든다"며 "특히 1,000만원 등 CD ATM기기를 이용해 송금하기 어려운 금액들은 어쩔 수 없이 창구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는데도 오히려 송금수수료는 더 많이 내는 등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에 수익성이 떨어질 처지에 놓인 시중은행들이 각종 수수료를 부과해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송금수수료 체계를 단일화한다는 명목아래 슬그머니 수수료를 인상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어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일부 시중은행들은 오는 12월2일부터 타행자동화기기 현금 인출 수수료를 2배 이상 올릴 예정이어서 금융권 주5일 근무제 실시이후 가뜩이나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은행 12월2일부터 또 수수료 인상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송금수수료 체계를 단일화한다는 명목 아래 슬그머니 수수료를 인상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들어 당지 타행송금의 경우 1,000원∼2,000원까지 차등 적용되던 수수료를 2,000원으로, 2,500원∼3,500원 하던 수수료는 4,000원으로 단일화시켰다.
또한 타지타행 송금 수수료는 1,500원∼3,000원에서 2,000원으로, 5,000원∼7,500원은 4,000원으로 통일했다.

이는 당지의 경우 기존에 1,000원의 수수료를 물었던 100만원이하 타행환 송금 고객은 1,000원이 오른 수수료를 부담하는 꼴이며, 반대로 타지의 경우 기존에 5,000원의 수수료를 물었던 100만원이하 타행환 송금 고객은 1,000원을 덜 부담하는 셈이다.

결국 타지수수료는 줄었지만 그만큼 당지수수료는 늘어나 은행측은 자신들의 배를 불리면서 고객들에게는 '수수료를 인하했다'는 생색을 내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는 것.

금액별 차등화를 간소화한 국민은행도 고객들을 교묘하게 속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국민은행은 자행 창구송금의 경우 10만원 이하 500원, 100만원 이하 1,000원이던 수수료를 100만원 이하는 무조건 1,000원으로 통일했다.
또한 500만원 이하 1,500원, 1,000만원 이하 2,000원, 1,000만원 초과 2,500원 받던 것을 100만원이상은 무조건 2,000원으로 바꿨다.

그러나 기존에 500원만 부담했던 10만원 이하 소액 송금자들은 이전보다 2배나 되는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 100만원이상 금액에서도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송금하는 사람만 직접적인 수수료 인하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농협도 교묘하게 수수료를 올린 것은 여타 시중은행과 별반 다를 게 없다.
8단계의 금액별 구간과 당·타지를 모두 따지는 복잡한 수수료 체계를 개선한다고 하면서 기존에 350원 받던 자행당지 송금 수수료를 슬그머니 800원으로 올렸다.

이밖에 타지타행으로 송금할 때 최고 7,000원의 수수료를 받는 등 매우 높은 수수료율을 유지해 왔던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도 최근 수수료를 인하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1,500∼3,500원의 높은 수수료를 고객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겉으로는 인하, 뒤로는 실속 다 챙겨

◈최근 시중은행들이 고객들의 이용빈도가 높은 CD ATM기기 이용수수료도 잇따라 올리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시중은행들이 조만간 300원∼900원의 비교적 저렴한 수수료와 시간 제약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으로 인해 고객들의 이용빈도가 높은 CD ATM기기 및 인터넷 뱅킹 수수료를 인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 주5일 근무제 실시이후 가뜩이나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일은행은 오는 12월부터 고객이 영업시간 이후 타행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을 찾을 때 받는 수수료를 건당 700원에서 900원으로 올리는 한편 은행업무시간 이후 이체거래를 할 경우 현행 시간내 수수료에다 100원을 부과했던 것을 바꿔 300원을 더 받기로 했다.

또 최근 하나은행과 합병된 서울은행 역시 다음달부터 타행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인출할 경우 기존 부과하던 500원의 수수료를 하나은행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700원으로 인상했다.

조흥은행과 기업은행도 최근 인터넷 뱅킹으로 다른 은행계좌로 송금할 때 받는 수수료를 건당 300원에서 500원으로 슬그머니 올렸다.

은행들의 각종 수수료 인상은 비단 송금, 인출부분만이 아니다.
외환은행은 내년 1월부터 예금잔액증명 등 제증명 수수료와 어음보관 수수료를 각각 건당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리는 것을 비롯 부도처리수수료는 장당 5,000원에서 1만원으로 무려 2배로 인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우리은행은 지난 10월부터 고객이 예금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건당 5,000원의 질권설정 수수료를 받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각종 수수료를 올리고 있는 것은 한동안 무분별하게 진행되던 가계대출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 어려움이 있는데다 예대마진율도 최근 몇 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이를 만회하려는 검은 속셈으로 풀이된다.

실제 하나은행 충청지역본부는 지난해 기록한 383억원(세금공제전)의 순이익 중 52억원을 각종 수수료에서 올렸으며, 특히 올해는 지난 10월말 현재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선 54억원을 수수료를 챙기는 성과를 거뒀다.

농협 대전지역본부 또한 지난해 총 매출이익 중 35%를 각종 수수료에서 거둬들였으며, 올해도 지난해 이상의 수수료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수치는 인건비, 장비 감가상각비 등이 모두 반영된 순수 순이익만을 나타낸 것이어서 시중 은행들이 각종 수수료에서 원가이상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수수료 문제 정부에서 개입해야

시민 변모씨(41·대전시 서구 관저동)는 "건당으로는 별로 많지 않은 금액인 것 같지만 온라인 금융거래가 보편화된 생활패턴에서 볼 때 쌓이면 결코 무시 못하는 가계부담"이라며 "기업들에게는 수천억원씩 떼이면서 소비자들에게는 교묘하게 속여 한푼의 수수료라도 더 챙기려는 은행들의 태도가 한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송금 수수료 등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은행들은 하찮은 트집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 은행 관계자는 "송금 수수료는 전산망 가동 및 유지 등을 위한 최소 비용이며, 그간 수 차례에 걸쳐 인하조치를 취해 고객들에게는 결코 부담이 되지 않은 금액"이라며 "창구 수수료가 CD ATM기기 및 인터넷 뱅킹을 이용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높은 것은 인력의 효율적 운용과 장시간 대기하는 고객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대전주부교실 소비자고발센터 김영수 간사는 "속으로는 실속 다 챙기면서 겉으로는 수수료 인하를 자랑하는 은행들의 태도는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공공요금과 같이 은행 수수료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영석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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