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입니다. 미래형 교육과정이다 뭐다 하면서 참 말이 많습니다. 과목군의 이동이나 시수 조정이나 겉으로보면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하고 사교육 절감이나 이런저런 효과를 기대한다지만 과연 그럴 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듭
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입시위주의 과목을 확대시키고 시험에 들지 않은 과목들은 선택이라는 이름아래
폐강될지도 모르는 그런 방향일지도 모르니까요.. (학생들이 선택하고 싶다고 해서 막상 선택하게 해줄까요? 전국
연합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낸 학교측에는 가산점이나 격려금까지 준다는데 한시간이라도 입시 위주의 과목을 선
택하게 해야겠지요?)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질이 훨씬 떨어지고, 학원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것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곤 합니다. 어제 텔레비전에서 학생들과 인터뷰 하는
것을 들었는데 어쩐지 씁쓸했습니다. 일부 교사들의 경우 노력을 하지 않고 그저 칠판이나 매우고 책이나 읽으며
줄만 긋고 나오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교사들은 지극히 일부입니다. 지금 교사로 계시는 모든 분들은 정말
쟁쟁한 실력자들입니다. 사실 임용시험을 준비하다, 하다하다 안되면 학원으로 빠지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그리
고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시험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학원강사로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학원강사로 시작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의 동네 학원들은 임용고시 준비생들이 많을
겁니다.) 그럼 학교에서 왜 교사들이 못가르친다는 말들이 나올까요. 단편적일지도 모르나 이런 이유도 있기 때문
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정말 다양한 학생들, 성적도 천차만별인 학생들이 한 학급에 30명 이상이 섞여 있지요.
이런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려면 어디다 수준을 맞춰야 하는 걸까요? 반면에 학원은 학생들에게 학업을 지도하는
것에 거의 99%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편성이나 운영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지요. 즉, 철처한 수준별 수업입니다.
매달 반편성 고사를 치고, 학원에서 보는 반편성 고사를 잘 봐야 한다고
심지어 과외를 하는 선생님께 학원 반편성 시험 대비 수업을 해달라고도 합니다. 학원에서의 학생들은, 부모님들
로부터의 무언의 압력-이렇게 돈을 들이는데 그에 대한 효과를 내야 한다는- 으로 인해 수업시간에 정말 초롱
초롱하게 눈을 반짝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과외 중에 학생이 열심히 듣고 있나 아닌가를 감시하기 위해 어머니가
수업을 지켜보거나 같이 듣는 경우도 있었지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학생들은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 위해 학교
에서는 어떻게 들키지 않고 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나 하고, 학부모들도 학교에서 열심히 수업 잘 듣고 선생님
말씀 잘 듣거라, 라고 말하는 사람이 요즘에는 몇이나 될까요?
최근 아예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 학교를 학원화 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요? 학교를 학원화하는 것도? 뭐 썩 나
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제 생각에는요.. 이러면 어떨까요~ 아예 학교를 완전 수준별로 등급을 나누고,
매달 시험을 실시해서 반을 가르고, 학업 진도 나갈 시간도 부족한 판이니 생활지도에는 뭐하러 신경을 쓰겠느냐
하면서, 어떻게 하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문제 푸는 편법이나 가르쳐주고... 그런다고 사교육이 없어
질까요? 또 이에 대비하기 위한 학원들이 즐비어 생겨나겠지요. 그리고 막상 학교에서 수준별로 학급 자체를 나눈
다고 하면,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다, 인권 침해다 하면서 또 말들이 많아지겠지요.
제가 교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말을 빌어보자면 요즘 초등학생들을 지도하는 시간의 절반
이상이 생활지도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물론 제가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도 어느 정도 일치할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와 학원을 비교한다는 것은 그 자
체가 말이 안되는거지요.. 학교는 가정에서 못다 이뤄지는 생활지도니 교양교육이나 전인교육이니 하는 기타 등
등의 교육을 모두 실시하는 곳입니다.
학교는 괜히 쓸데없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수능 대비책으로서의 학교라면 제도나 운영상에서 조금 부
족할지 모르나, 학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는 곳이 학교입니다. 10~12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간의 경쟁심보다는 서로 위해주는 배려심과 협동심이었고, 제가 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싶게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가끔씩이나마 연락을 드리는 은사님과의 관계이고, 앞으로 내 아이가 그래도
당연히 학교는 가야한다는 은연중의 생각일 것입니다. 그리고 내 아이가 교사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님들도 참
많겠지요.
학교는 학원이 아닙니다. 앞으로 교사가 되기를 꿈꾸는 저에게 학교는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자 꼭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너무 비약적인 표현이나 제 생각만 썼는지 모르겠지만, 이 게시판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곳입
니다. 그동안 답답한 마음에 이런 저럼 생각을 쓰다보니 길어지게 됐습니다만, 학교의 학원화와 입시위주 과목
의 확대라는 방안에 대해서는 '글쎄요..'라는 대답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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