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상해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올해로 76주년을 맞는 윤봉길 의사 상해의거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홍구공원(노신공원 으로 명칭이 바뀌었음) 의 봄을 밟으며 기념식장으로 향했다.

67년 전 오늘, 윤봉길 의사께서는 의거를 위해 홍구공원에 오실 때 두터운 트렌치코트을 입으셨는데....

76년 후인 오늘 나는 초여름 옷차림을 하고 있으니 어찌된 일인가?

76년 전은 꽤 추웠구나. 그 동안 지구가 이렇게 더워지다니! 76년 후에는 얼마나 더워질까? 

노신공원 입구에서 약 5분을 걸었을까? 마침내 윤봉길 의사 상해의거 76주년 기념행사장에 도착했다. 중국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이 식장을 꽉 메우고 있었다. 10시 정각. 식이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76년 전과 얼마나 대조적인가!

홍구공원에서 열린 천장절 축하식장 연단을 향하여 윤 의사가 수통 폭탄을 던지자 식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노무라 는 한 쪽 눈알이 빠져나갔고, 가와바다는 한 달 후에 사망하였고, 시게미스는 파편 100여개를 맞는 등 7명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폭탄을 터트린 지 1분이 채 못 되어 범인(?)이 잡혔고 이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 흉악범(?)은 76년 후인 오늘 만인의 숭앙을 받는 의사로 추대되어 기념식의 주인공이 되었다. 역사는 이렇게 바뀌는구나...!

정신을 가다듬고 참석자들과 함께 윤 의사의 영정과 유품을 모신 매정(梅亭) 으로 들어갔다.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는 이곳에 규모가 큰 윤의사 기념물을 조성하려 하였지만 북한을 의식한 상해정부의 반대로 규모를 줄이고 줄여 10평 미만의 매정을 세우게 되었다.

매정을 고독하게 지키고 있는 윤봉길 의사의 영정(사진) 과 마주쳤다. 아! 매서움과 총명함으로 가득 찬 윤봉길 의사! 25세의 나이로 그런 큰일을 해내다니! 서울 시내를 뒤덮는 데모 인파가 떠올랐다. 구름처럼 밀려가는 명동의 인파와 청담동 인파가 떠올랐다. 25세 청년들이어! 그대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상상의 날개가 서울에서 노신공원 매정으로 휙 한 바퀴 돌더니 내 앞에 멈췄다. 나는 뭔가? 얼굴이 뜨거웠다.

윤 의사의 의거는 중국인들을 일깨웠고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중심에 세웠고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로 만들었다. 76년 후인 지금 한국은 어디에 서 있나? 중국은 총알처럼 발전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념 전쟁에 휩싸여 나라 일이 올 스톱 된 상태다. 서울 한 복판이 데모대로 꽉 차 있고 대통령은 반대파에 발목이 잡혀 허덕이고 있다.

주르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25세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가? 76년 후의 한국은 어떻게 변할까? 젊은 청년들에게 달려 있다.

윤주경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부추연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