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선 자신의 거주지가 아닌 다른 도에 가려면 여행증명서(일종의 통행증)가
있어야 한다. 시외버스나 기차를 타려면 이 여행증명서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 자려면
해당 지역 인민반장에게 신고하고 인근 분주소(우리의 파출소에 해당)나 보안서에 가서 숙박 등록도 해야
한다. 대개 숙박 검열은 자정에서 새벽 3시 사이에 이뤄지는데 숙박 검열 때문에 웃지 못할 일들도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남편이 출장을 가거나 러시아나 중국 등으로 외화벌이를 나가 혼자 사는 여성이 다른 남성과 불륜
관계를 맺다가 숙박 검열 때문에 들통나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여관은 여행증명서가 있어야 숙박할 수 있고 8~10여명이 한 방에서 잔다. 그래서 우리나라처럼
여관에서 불륜 현장이 적발되는 경우는 없고, 대개 가정집에서 현장이 발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불륜 현장뿐만 아니라 한밤중에 갑자기 들이닥친 단속원 때문에 남편이 급히 나오느라 부인의
치마나 속옷을 잘못 입고 나오는 황당한 일도 있다.

‘무단 숙박’ 적발되면 최장 6개월까지 강제 노동해야

숙박 검열을 다룬 코미디 영화도 있다. ‘대한추위’란 영화 이다. 친척집에 갔던 한 남성이 숙박 등록을
하지 않고 자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숙박 검열 때문에 한겨울 속옷 바람으로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려
검열을 피했는데, 집주인이 그 사람이 밖에 있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그냥 자는 바람에 밤새 ‘대한 추위’
에 덜덜 떨었다는 내용이다. ‘이런 현상은 고칩시다’란 계도용 영화였지만, 희극적 내용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선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양강도 등 접경 지역에서는 중국을 오가는 장사꾼들이
많아 숙박 검열이 더 자주 나온다고 한다. 보따리 장사 등
밀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여행증명서를 갖고 중국을 오가는
경우는 드물어 단속에서 빼주는 대가로 기름값 등의 명목
으로 뇌물을 받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은 “숙박
 검열은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말한다.

단속원에게 줄 뇌물이 없으면 보안서로 끌려가 밤샘 조사를
받고 각 도마다 설치돼 있는 여행자 집결소로 보내져 ‘노동
단련(강제 노동)’을 받는다. 북한에서 제일 큰 여행자 집결소는
평양의 관문인 간리역 부근에 있다. 이곳은 1000여명을 수용
할 수 있는데 대개 1개월에서 최장 6개월까지 수용돼 강제
노동을 해야 한다. 이곳에는 무단 숙박자뿐만 아니라 꽃제비,
중국으로 탈출하려다 붙잡혀 온 사람까지 수용된다.

북한 ‘민방위훈련’시 금지사항 어기면 처벌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전략 미사일 부대와 장거리 포병
부대에 발령했던 1호 전투 근무태세는 올 4월쯤 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정치 장교를 지낸 이석영(42) 자유북한방송 국장은 “1호 전투 근무태세가 발령된 기간 북한군의 외출·
외박은 엄격하게 금지됐고, 잘 때도 군화를 벗지 못했다고 한다”며 “평양 주둔 부대에는 김정은의 안전 문제
때문에 실탄이 지급되는 경우가 드문데 이번엔 실탄이 지급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1993년에도 북한은 준(準)전시상태를 선포하고 평양 주둔 부대에 실탄을 지급했다.

군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긴장감은 전파됐다고 합니다. 14~15세에 해당하는 붉은청년근위대나
노농적위대는 목총을 들고 시내에서 소집 훈련을 빈번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긴장감도 4월 모내기철이 시작되면서 점차 옅어졌다. 북한군엔 군부대마다 식량을 자급할 수
있는 ‘부업 밭’이 있는데 4월부터는 군인들 일부가 밭이나 건설 현장에 동원되면서 1호 전투 근무태세도
해제됐다고 한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도 우리의 민방위훈련과 비슷한 훈련을 한다. 대낮에 행하는 공습경보 훈련과 밤에 행하는 등화관제 훈련이 있는데, 모두 1시간 이내에 마친다. 통상 키리졸브 훈련 등 한·미 군사훈련이나 북한군이 매년 12월 초에 행하는 동계 훈련 등과 병행해서 이뤄진다.

공습경보 훈련은 도(道) 주민 전체가 들을 수 있는 사이렌을 통해 공습경보를 알리고, 집집마다 조선중앙방송만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통해 공습경보를 알린다.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주민들은 지정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 보행과 차량 이동이 금지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이나 비판을 받게 된다.

등화관제 훈련 때 창문을 가릴 수 있는 가림막 제작을 주민들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북한의 전기 사정이 열악하기 때에 거의 가림막을 만들지 않는다. 어차피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굳이 가림막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훈련 당일에만 전기를 공급해 인민반장이나 보안원 등이 불빛이 새는 집을 단속해 벌금을 매기거나 비판을 받게 한다.

하계 대피 훈련 전날 식료품값 상승

북한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훈련은 매년 8~9월 중에 치러지는 1박 2일 대피 훈련이다. 북한
주민들은 1박 2일 대피 훈련을 소풍처럼 여긴다. 직장별로 산에 가서 천막을 치고 대피하는데,
소풍처럼 여기기 때문에 전날 시장에서는 쌀이나 떡, 과일, 고기, 과자, 사탕 등 모든 먹거리의
가격이 오른다.

북한은 매년 8월부터 날씨가 선선해지기 때문에 가족이나 이웃주민끼리, 또는 직장 동료끼리 산이나
냇가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놀기엔 최고다.

물론 이때 당에서는 김일성·김정일 등의 초상화를 가져갈 것을 강요하지만, 실제 당국에서 검열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초상화를 가지고 가는 주민들은 거의 없다. 그보다는 천막과 모포, 먹을 것을
더 중시한다.

북한 주민들은 수십 년째 계속되는 북한 당국의 전쟁 위협에 만성이 됐다. ‘으이그, 또 그 소리’라든가
 ‘어차피 굶어죽겠는데 말로만 하지 말고 정말 한번 확 전쟁이나 일어났으면’하는 심리가 있다. 

북한은 실제 전쟁을 일으킬 의사도 능력도 없다. 그렇지만 세상이 한번 뒤집어지길 바라는 주민들도
많다. 지금 북한을 대하는 남한 사람들의 안이하고 자만한 듯한 태도를 보면 몹시 불안하다고 탊북
자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