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대 가서 썩는다는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여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으며, 이회창 아들들의 군면제를 물고늘어지면서 대통령이 되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16강에 진출하자 규정에도 없는
병역특혜를 선수들에게 하사함으로써 군대에 안 가는 게 행복이며 특권이라는
의미를 엄청나게 증폭시켰다.

군대에서 고생한 것이 사회에서 그나마 보상과 격려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군가산점 제도라는 것도 김대중 정부 시절 일부 여성계와 시민단체의 주장을 수렴
하면서 군대에 갔다 오지 않은 자가 다수를 구성했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쓰레기통으로 처박혀 버렸다. 그리하여 군대에 가는 것은 인생에서 더욱더
소모적으로 썩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김대중 정부는 이회창 아들이 군대가지 않았다고 그토록 처절하게 입에 거품을
물면서 군대에 가는 것이 엄청나게 소중하다는 듯이 떠들었으면 군대에 ‘가는’ 것을
더욱 명예롭게 하는 정책을 펼쳤어야 한다.

연평해전에서 우리 장병들이 국방에 헌신하다가 전사하는 비극이 있었지만,
김대중 정부는 ‘나몰라라’함으로써 그들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전락시키는 짓을 했다.
심지어 좌파세력들은 선제공격을 해온 북한을 탓하는 게 아니라 공격을 받은 우리
군을 탓하면서, 북한을 강력하게 규탄하려 하면 전쟁하자는 것이냐, 우리 어부들이
맞을 짓을 했기 때문이다, 해군 지휘관이 무능했던 것이다, 등과 같은 반역적이고
자학적인 궤변을 퍼트림으로써 군대 지휘관들의 사기를 짓밟았다. 군기강을
엉망으로 만드는 짓이었다.

이회창씨는 두 아들 모두 군대 면제를 받았다. 체중미달도 한 사유였다. 돈이
없어서 못 먹고 사는 집안도 아닌데, 보약을 먹이고 고기를 먹여서 한 사람이라도
군대를 보냈어야 한다. 박원순씨가 이끌었던 참여연대는 이회창 아들의 병역문제를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날카롭고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면서 이회창 흠집내기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그런데 박원순씨는 자신도 아들도 모두 군대 가지 않았다.

이유가 석연치 않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얼마든지 갈 수도 있었을 텐데,
군대를 안 갔다. 남의 아들은 군대가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는데 자신의 아들은
군대에 안 갔다. 병역 신체검사할 때는 문제가 심각했는데, 지금은 장가를 가서
생활을 멀쩡하게 잘하고 있다. 희한하고 해괴하다.

왜 군대에 반드시 가야한다고 이회창씨를 물고늘어졌는지, 이해가 안 된다.
반미를 외치면서 자기 아들은 미국사람으로 만들고, 특목고를 비난하면서 자기
아들은 특목고에 보낸는 좌파세력 특유의 비열한 이중성이 아닌가 한다. 남의 아들
군대가지 않은 것을 처절하게 비난하려거든 자기 아들은 기를 쓰고 군대 보내야 하고,
남의 아들 특목고에 가는 것을 잘못된 현상이라고 나무라려거든 자기 아들은 특목고에
보내지 말아야 하며, 자기 아들들을 미국사람으로 만들어 놓았으면 미국은 망해야
하며 망할 나라라고 비난할 게 아니라 ‘친미실용주의’가 대단히 현명하다고 고백해야 한다.
그것이, 양심에 털이 나지 않았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정직성이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국방부장관을 불러놓고 책상을 두들겨 패면서 치가 떨렸다고
소리쳤다. 군대가 그 모양 그 꼴이 된 것에 마치 정치인들이 져야 할 공동책임 같은 것은
추호도 없다는 듯한 자신만만함이었다. 정치인들에게 책임이 없는가?

지금 국방부장관이나 참모총장 등을 불러서 호통치는 국회의원들은 진정으로 군대에서
폭력이 없어지기를 바라는가?

어떤 이유로든 군대에 갔다 오지 않으면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라! 그 일은 국회의원들만이 할 수 있다. 그런 의미가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 확산되게 하라.

그리하여 군대 가는 것이 결코 인생에서 썩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가에서 지도자의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의 의미가 되게 하라. 나중에 크게
출세하기를 소망하는, 있는 집 자식들이 몸이 약하면 보약먹고 체력단련을 하여 기를 쓰고
군대에 가게 만들어라.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굳이 미국에 가서 자식을 낳는 것은
그 아들이 장래에 공직에서 출세하는 길을 근원적으로 차단시키는, 멍청한 짓이 되게 하라.

아들이 미국국적을 얻은 게 떳떳하다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시켜라.
군대에 안 가는 것이 기회의 확대가 아니라 기회의 축소가 되게 하라. 군대의 기강이 새롭게
확립될 것이고, 군복무가 명예롭게 될 것이고, 수준 낮은 폭력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군면제에 전과자가 수두룩하게 어우러진 국회가 과연 그런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 하루라도 국회의원질을 했으면 평생연금 120만원씩을 받는다는 법안을
합심단결하여 통과시켰던 국회의원, 소위 국해(國害) 의원들이 과연 그런 애국적인 책임의식이
담긴 법안을 상정이나 할 수 있을까? 비록 국가발전에 막대한 도움이 될지언정 국회의원
개인들의 이익과 탐욕에 제약을 준다면, 국회의원들은 절대로 안 할 것이다. 못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군대의 고위 지휘관들만을 나무라는, 오만한 짓을 하지 말라. 그럴 자격이
근원적으로 없다. 군대 가는 것이 인생에서 썩는 시간의 의미가 되어버리고 있는 현상,
군대에서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것 등은 특히 정치인들의 사특한
기회주의와 이기주의, 정치적 편견과 아집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