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성신(29)씨는 최근 서울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티셔츠를 사고 현금영수증을 요구했다가 “이런 데서 현금영수증 달라는 사람은 언니가 처음”이라는 핀잔을 들었다. 박씨는 현금으로 내는 대신 2만원짜리 티셔츠를 1만7천원으로 깎고, 영수증을 요청했다. 직원은 “영수증 끊을 거면 할인은 못해준다”고도 말했다.

회사원 김아무개(30)씨도 얼마 전 서울 종각 귀금속도매상가에서 34만원짜리 커플링을 현금으로 샀다. 국세청에서 시행하는 현금영수증 복권이 당첨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상가 주인한테서 “여긴 도매업체라 현금영수증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듣고 그냥 돌아왔다. 김씨는 “혹시나 싶어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도매업체도 소매를 하면 영수증을 발급해주게 돼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금영수증 제도가 확대되면서 이렇게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인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이 21일 국세청한테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자로 신고된 건수는 모두 1만1423건에 달했다. 특히 1월에는 343건에 불과했던 신고가 6월에는 모두 2271건으로 6배 가까이 크게 늘었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소가 3706건으로 가장 많았고, 소매업소 3262건, 서비스업소 1517건, 병·의원 303건, 전문직 164건, 학원 149건 등이었다. 영수증 발급을 거부당해도 귀찮아 신고를 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 실제 거부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금영수증 거부 사례가 늘어난 것은 실제 현금영수증 주고받기가 활성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현금영수증은 지난 7월 한달에만 169만건에 2조4228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이는 현금영수증으로 연말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세청도 자영업자의 소득을 좀더 정확히 파악해 세금탈루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 사실이 2번 이상 신고되면 해당 업소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전병헌 의원은 “현금영수증의 공제한도를 높이고, 자발적인 발행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며 “상습적인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자에 대해선 더욱 강력한 처벌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희 서수민 이정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