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들, 손익계산서에도 없는 비용 법인세신고 때만 '익금불산입'
조세·회계전문가들, "탈세에 가깝다"
변액종신보험, 변액유니버셜보험 등 보험소비자들에게 낮익은 이들 변액보험들이 보험사들의 탈세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과세당국의 세무검증작업이 시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의혹은 국내생명보험사는 물론 외국계생명보험사들이 회사로서는 책임이 없는 변액보험을 이용해 수조원대 규모의 세금을 줄여오고 있다는 것으로 보험업계가 관행적으로 탈세를 시도해 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갖게하고 있다.
변액보험은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의 뜻에 따라 납입 보험료로 주식·공채·채권 등 수익성이 높은 유가증권에 투자한 뒤, 운용 실적에 따라 투자성과를 계약자에게 나눠주는 실적배당형 보험상품.
12일 대형로펌과 회계법인 그리고 보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영업중인 국내외 보험사들은 지난 2002년부터 변액보험상품을 취급하면서 상품관련 유가증권평가이익을 보험사의 손실로 세무조정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줄이고 있다"며 "그 규모가 약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
조세전문가들에 따르면 ▲변액종신보험 ▲변액연금보험 ▲변액유니버셜보험 등으로 대표되는 변액보험은 말 그대로 원리금보장이 없는 '실적배당형'이어서 보험회사는 투자결과 원금이 바닥이 나더라도 보험계약자에게 손실을 물어줄 책임이 전혀 없는 변형된 보험상품.
이에 따라 한국회계기준원에서 만든 현행 기업회계기준서에는 보험회사가 실적배당형으로 받은 변액보험 등에 대해선 신탁에 따른 '특별계정'으로 분리, 회사의 재무제표에는 일절 '실적배당형' 보험에 대한 투자성과를 반영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보험회사들은 변액보험을 회계처리하기 위한 '특별계정' 중에서도 유독 '유가증권평가이익'과 관련해 회사 손익계산서에는 전혀 반영하지 않다가, 법인세신고 때 '익금불산입(△유보)'으로 세무조정, 법인세를 줄이고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주식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내년 법인세 신고를 할 땐 세금을 줄이는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특히 최근 바뀐 퇴직금제도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회사가 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절세'인가 '탈세'인가
변액보험 운용과정에서 나타나는 유가증권평가손익을 법인세를 낼 때 회사 손익으로 세무조정하는 것과 관련,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주 위험스런 발상'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다.
아직 국세청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당장이라도 이 문제를 들춰내 과세를 하려고 할 경우 보험회사들의 변론은 궁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험회사들은 ▲최근 변액보험상품의 규모에 비춰 보험사 고유의 영업활동으로 자리잡고 있고 ▲기업회계기준서와는 달리 법인세법에선 명백한 규정이 없으며 ▲이익이 커지면 계약자에게 돌려줄 돈이 많아지기 때문에 회사손익으로 세무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세·회계전문가들은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변액보험에 따른 투자가 보험사 고유의 영업활동이라면 그 투자성과를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할 곳은 회사 재무제표인 '손익계산서'라는 설명.
기업회계기준서는 회사영업활동의 결과인 특정계정수수료만 손익계산서에 반영토록 하고 있을 뿐 회사가 부담할 위험이 없는 이 보험의 투자성과에 대해선 반영을 금지시키고 있다는 것.
또 설사 손익계산서에 반영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계정'에서 따로 관리하는 신탁계정이익인 ▲이자수익 ▲배당금수익 ▲수수료수익 ▲유가증권처분이익 ▲유가증권평가이익 ▲외환차익 중에서 왜 '유가증권평가이익'만을 빼낸 것인지도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이익이 커지면 계약자에게 돌려줄 돈이 많아지기 때문에 회사 손익으로 처리해서 법인세를 냈다면, 똑같은 이익인 ▲이자수익 ▲배당금수익 ▲수수료수익 ▲유가증권처분이익 ▲외환차익 등에 대해선 왜 똑같이 세무조정을 하지 않느냐 하는 것.
이와 함께 세무조정과정에서 '익금불산입'으로 세무조정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익금불산입에서 '불산입'은 손익계산서에 이익이 있음을 전제로 이뤄지는 세무조정이다. 손익계산서에 이익으로 반영한 부분이 없는데, 어떻게 '불산입'조정이 가능하냐는 것.
보험업계의 기업회계기준서와는 달리 법인세법에선 명백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는다. 조금 해석이 애매하긴 하지만 '법인세법 제5조'에 관련 규정이 명백히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조세·회계전문가들은 "국내·외 보험사들이 회사 손익계산서에도 없는 '특정계정의 유가증권평가이익'을 법인세신고 때만 '익금불산입'으로 관행적 세무조정을 하는 것은 '절세'보다 '탈세'쪽에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 生保社…유가증권평가손익 어디가 얼마나
1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명보험회사에서 변액보험을 다루면서 따로 '공시실'을 두고 있는 회사는 ▲대한생명 ▲알리안츠생명 ▲삼성생명 ▲흥국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금호생명 ▲동부생명 ▲동양생명 ▲MetLife ▲푸르덴셜생명 등이 있다.
또 ▲신한생명 ▲PCA Life ▲뉴욕생명보험(주) ▲ING LIFE ▲하나생명보험 ▲KB생명 ▲SH&C 생명보험 ▲녹십자생명보험 ▲라이나생명 ▲AIG생명보험도 변액보험 공시실을 통해 적극적인 보험계약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변액보험이나 변액연금 등 '실적배당형' 보험은 지난 2002년 외국계 생보사들이 처음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도입 첫해와 이듬해 폭발적인 판매실적을 올렸다. 또 국내 생보사보다는 외국계 생보사가 이 상품을 더 팔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생보사들이 2005년과 2006년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실적배당형 보험관련 '특정계정'에서 유가증권평가이익에서 평가손실을 뺀 금액이 1180억5500만원(변액보험 1177억1000만원, 퇴직연금 3억4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공시를 할 의무가 없는 AIG생명보험이나 MetLife 등 외국계 생보사는 공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보생명이 가장 많은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은 상황.
또 생보사들이 예외 없이 유가증권평가손익을 통해 관행적으로 법인세를 줄이고 있다고 전해졌지만, 생보사 중에 일부는 제대로 세금을 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어 대한생명이 2년간 유가증권평가이익에서 손실을 뺀 금액이 1048억원으로 교보생명의 뒤를 이었으며, ING LIFE 415억원 ▲미래에셋 390억원 ▲PCALIFE 293억원 ▲알리안츠생명 290억원 ▲신한생명 206억원 ▲삼성생명 191억원 ▲푸르덴셜 118억원 등이었다.
이와 관련 회계법인의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2005∼2006년보다 2002∼2004년 훨씬 더 거래돼, 이를 통한 법인세과세표준이 수조원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국세청이 이에 대한 과세에 나서면 가산세 등을 합쳐 2조원이 넘는 법인세를 추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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