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변호사 비리 > 변호사 '밥그릇 챙기기'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축이 되어 입법청원한 변호사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법무사, 노무사, 변리사, 공인중개사 등 이에서 파생된 유사직역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지금의 변호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변호사의 직무범위는 너무 추상적이어서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주장에 대해 변리사협회, 공인중개사협회 등 관련 유관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제 변호사들까지 똘똘 뭉쳐 제 밥그릇 챙기기에 나섰다고 성토하기도 한다.

[%1,original,right%]지켜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변호사들의 속사정이야 이해할만 하다. 더구나 올해 정부는 로스쿨 실시 예고를 발표한 바 있다. 로스쿨이 시행되면 한해 배출되는 변호사만도 천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어느 때부턴가 변호사들의 수임건수가 하루가 다르게 감소해 가는데 이제 로스쿨까지 가세하게 되면 변호사들 간에도 치열한 자기영역 다툼이 있을 거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짐작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직무범위 규정, 그 내용 자체가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변호사의 직무범위를 다룬 규정은 응당 법이 정한대로 명확하고 그 역할 또한 분명해져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날이 갈수록 다변화, 다기능화 되어가는 사회변화에 우리의 법률서비스 역시 발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언제까지 변호사가 다 만능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한편으로 드는 것이다.

[B]다변화 다기능 사회, 언제까지 변호사가 만능일까[/B]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그래서 최근 들어 빈번하게 일어나는 학제간, 기업간의 합종연횡도 다 이러한 변화 요구의 목소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라 여겨진다. 불필요한 기능과 역할을 한데 묶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거나 또는 분리되고 분담되어야 할 기능이 합리적으로 분화되어 운영되지 못한데서 생기는 외면과 무관심이 그 학제, 그 기업을 경쟁에서 점점 도태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법률에 관한한 변호사는 물론 해박한 법률적 지식을 다 포괄한다. 그러나 다변화, 다기능화 되어가는 요즘의 사회변화에 사건의 처음과 끝 모두를 법률적 지식에 의해서만 해결할 수 있을까. 가령 변리사란 직종만 보아도 그렇다. 변리사는 법률과 기술이 혼재하는 지적재산권업무를 다룬다. 변리사업무 역시 분명 법률서비스 영역을 벗어나진 못한다. 그러나 특허나 상표와 같은 지적재산권을 과연 법률적 지식에 의해서만 다 처리할 수 있을까 하는 데는 조금 의문이 간다.

지적재산권의 처음, 출원에서 등록까지 제반 모든 관리가 포괄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당해 분야의 기술적 전문지식이 필요함은 당연한 일처럼 보이는 것이다. 아울러 발명기술이 보다 경쟁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도 이는 필수요인이 될 만 하다. 법률적 지식 외에 전문 기술적 지식이 조합되지 않고서 진정 발명자의 발명기술을 다 이해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의 사후 관리에 따른 모든 법률적 행위 역시 완전했다고 보는 데는 다소 무리가 따르리라 보여지는 것이다.

[B]변리사는 법률과 기술 혼재하는 지적재산권업무 다뤄[/B]

문명이 발달해 갈수록 사회구조 역시 복잡해져가며 이 복잡한 사회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법률적 필요성은 나날이 증대되어 갈 것이다. 변호사 직무범위에 대한 유사직역이 그래서 많아지게 되는 것도 다 이러한 다변화, 다기능화 되어가는 사회변화의 요구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들이라 이해하면 될 듯싶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변화의 요구를 예측하지 못하거나 자성의 필요성을 애써 외면하는데서 생겨나는 부적응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변호사법 입법청원을 지켜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변호사 역시 응당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직종과 직무에 대한 규정이 불명확하여 이를 명확히 하고자 함은 당연한 일이라 본다. 그러나 차제에라도 지금의 우리 법률서비스가 해가 다르게 일신해 가는 사회구조 변화와 이에 따른 국민들의 수요변화의 목소리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지 못한다면 그들이 오늘 주장하는 이 권리 역시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지 않을까 염려된다. 아울러 그들 조직에 대한 변화의 기회를 그들 스스로 포기해가는 것과 하나 다를 바가 없다고도 생각된다.

진정한 엘리트는 그들만의 엘리티즘을 깰 수 있을 때 거듭 태어난다고 들었다. 오늘 우리 사회와 국가를, 내일 더욱 번영으로 이끌게 할 가장 중요한 한 축은 바로 우리 사회와 국가를 움직여가는 엘리트 집단이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고 무엇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지도층 인사라 불릴만한 변호사들에게 주어진 이 같은 자성과 변화의 요구를 외면하고 기득권 내에 안주하려고 한다면 국민들의 이해 역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제 변호사들까지 제 밥그릇 챙기기에 나섰다는 대다수 국민들의 냉담한 외면을 무엇으로 설득하려 할 것인가.

국정넷포터 강태구 ([email protected]) 71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