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을 상실한 언론매체에 재봉틀을!
일간지 등을 통한 선거홍보와 함께 후보들 간의 TV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으로써 17대 대통령 선거의 축제무드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정기적인 선거는 주권재민의 이념을 확인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넓은 국토와 많은 국민들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특히 언론매체는 국민의 의사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국민의 입’으로서의 유용성만이 아니라 후보들의 정책을 확인하고 그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는 멋진 수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상시는 물론이고 선거와 같은 특별한 때에 언론매체의 역할을 더욱 커진다 하겠다. 예나 지금이나 건강한 사회는 여론을 중시한다. 때문에 여론은 인체의 혈액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마치 건강한 신체를 가지기 위해서는 혈액의 흐름이 원활해야 하듯이, 건강한 사회, 국가는 여론의 흐름이 순조로워야 한다.
특히 선거의 경우, 여론의 순조로운 소통은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그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여론의 형성과 함께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후보자가 당선되어야 정당성을 가지고 국가를 경영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공성을 갖춘 언론매체의 존재는 민주국가에서는 필연적이며, 그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헌정사를 돌이키면 이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북풍’과 ‘병풍’이 그 가까운 예다. 선거 때만 되면 분단의 현실 위에서 불었던 ‘북풍’은 현실정치에서의 쟁점을 희석시키고 국민들의 지지를 다른 곳으로 쓸어가 버렸다. 특히 그 북풍의 연장선상에서 불었던 2002년의 ‘병풍’은 전혀 검증 안 된 초보정권을 탄생시켰고, 지금 우리는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민의 지지와는 유리(遊離)된 정권의 등장에 언론매체가 그 조연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근 ‘BBK사건’의 경우만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언론매체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매우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 언론매체가 국민적 알 권리의 중요성을 내세워 17대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후보에 대하여 제기하였던 무차별적인 의혹은 특정후보와의 결탁의 의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범죄혐의자 가족의 생방송과 함께 직접 인터뷰,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까지의 동행취재는 그 불공정성의 절정을 이룬다. 또 ‘국민의 대리인’이라 할 수 있는 검찰의 명쾌한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끊임없이 추가의혹을 제기하며, 사기꾼의 말을 더 믿음성 있게 보도하는 작태에서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하고 있다.
또 대통령에 출마한 후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다. 한 나라를 이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자라면 당연히 국가경영에 대한 비전과 정책 홍보에 집중하여야 한다. 후보에게 있어서 언론매체란 그 홍보를 위한 멋진 수단으로 작용하여야 하고, 우리 국민들은 그런 선거과정을 즐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상대후보에 대한 무차별적인 네거티브 전략의 홍보수단으로 언론매체가 이용되어 국민들의 판단력을 상실케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모든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로 진행되어야 할 선거가 무관심과 기피로 이어지는 데는 이런 ‘네거티브 전문후보’가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 간의 건전한 정책대결의 장으로 이끌 책임 또한 언론매체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존재하지도 않는 막연한 의혹을 제기하거나 어느 특정후보를 부각시킴으로써 국민의 의사를 왜곡시키는 언론매체들은 당연하게 국민의 통렬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비전과 정책을 상실하고 상대방 흠집 내기에 골몰하며 (언론매체를 통하여) 막말을 해대는 후보에게 재갈을 물려야 하듯이, ‘국민의 입’이어야할 언론매체, 공공성을 상실한 언론매체가 내뿜는 나쁜 피가 다시금 국민들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재봉틀로 꼭 꼭 기워야 할 것이다.
(200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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