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관 고위간부 B씨가 보직해임됐습니다. 오랜 공직생활에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안게 됐습니다. 그가 보직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데에는 상당히 억울한 사연이 있습니다. 맡고 있는 업무의 관련 서류가 한 언론사에 넘어갔습니다. 정책으로 최종 확정되기 전, 가안 수준의 서류를 사무실에 들른 한 기자가 동의 없이 가져간 것입니다. 보도는 정책을 흔들었고, 혼선이 생겼습니다. 기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기관장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그 국장에게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C기관의 D씨는 아는 기자의 방문요청을 받고 출입토록 했다가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했습니다. 그 기자가 방문목적과 달리 몰래 카메라를 숨기고 들어와 기관 내부를 무단으로 촬영했던 것입니다. 그 기관은 특수시설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처벌을 받았습니다.
E 공공기관 사무실에서 소형 녹음기가 발견됐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수사 결과, 한 기자가 특종 욕심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했던 것입니다. 문제의 기자는 건조물침입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받았습니다.
F기관이 외국과 특정사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내부 문건이 한 언론사로 유출됐습니다. 공무원이 일부러 넘겨 준 것인지, 사무실에 출입했던 기자가 동의없이 가지고 나간 것인지는 모르지만 협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 TF보고서였습니다. 보도로 인해 우리쪽 기본전략과 방향이 상대국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협상과정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언론계에선 공공기관에서 중요서류를 빼 내고, 이를 특종으로 보도하는 것이 영웅담처럼 회자되던 시절이 꽤 오래 지속됐습니다. 2005년 한 언론사 창간 특집면에 실린 특종기는 이를 잘 말해줍니다. “한 공무원의 집무실을 찾았다. 공무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2.5㎝ 두께의 극비서류 뭉치를 발견했다. ‘특종감이다. 복사하기엔 시간이 없고, 절대로 안 줄 거고….’ 서류를 찔러 넣고 무사히 빠져나왔다.”
독자들에게 자랑스럽게 밝힐 수 있는 일화이니 후배기자들에게 되물림 되는 관행이 하루아침에 없어질까요. 취재윤리를 무시한 이런 관행이 무용담이 되는 시대는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이런 행위가 부작용이 크고, 취재 윤리상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을 없을 것입니다. 없어져야 한다는 데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얼마나 많으냐, 일부의 사례를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무실 무단출입을 허용하는 한 이런 식의 후진적 취재 행태를 정부가 준공식적으로 용인하는 셈입니다. 이런 관행을 바꾸지 않고는 후진적 취재 행태는 근절될 수 없습니다. 정부가 각 부처 사무실 무단 출입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제 시절이 변해, 서로가 예의와 절차를 지켜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잔재가 많습니다. 관행이 남아 있습니다. 앞의 사례들은 모두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일들입니다.
이번의 시스템 개편은 무조건 정보를 막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공직자들의 대면 및 전화인터뷰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절차와 형식을 거쳐 출입하고 취재해 달라는 것입니다. 확정 안 된 내용, 설익은 정보, 출처불명의 자료, 익명으로 견해가 다르게 보도될 경우 정책혼선이 생깁니다.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때로는 국익을 해칩니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우면서 여전히 관행적인 취재행태를 버리지 못할 경우 해당 언론사와 기자는 단독 또는 특종의 달콤한 열매를 맛보겠지만 그 뒤안길에서 인격권 무시로 피해를 입는 공직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책이 잘못 전달돼 생기는 혼선과 피해는 심각합니다.
이제 행정부는 과거처럼 절대권력, 부패권력이 아닙니다. 서로 양식을 지켜 취재해도 될 만큼 한국사회는 성숙했습니다. 언론자유에는 책임과 의무도 따른다는 원칙을 존중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취재가 아니라 뭐 하고 싶은데로 하는군요.
의경으로 근무한 친구 말로는 기자들이
의경들한테 심부름도 시키더라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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