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언론비리 > 100년만의 무더위’는 거짓말

"올해가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연초부터 세계 기상학자들이 "올해가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기상전망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때문에 서민들은 벌써부터 올여름 열대야 걱정이 앞선다. 발빠른 사람이라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에어컨을 구매할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정말 올 여름이 무지막지 하게 더운 한 해가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만의 말씀'이다. 기상전문가들은 한국의 올여름 더위는 예년수준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필 존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기후연구소장은 "엘니뇨는 지구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 왔고, 지구는 10년마다 0.2∼1℃씩 올라갔다"며 "2007년이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해가 되고 그 영향도 막대할 것이다"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전망은 지구 연평균 기온이 높다는 말일뿐 여름 무더위와 하등의 상관관계가 없다.

▲2005년 무더위 예측도 오해

이같은 오해는 2005년에도 있었다. 당시 "엘니뇨와 지구에너지 증가로 연평균 기온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NASA의 발표로 가전업계가 에어컨 판매에 잔뜩 열을 올렸던 일이 있었다. 쇳물을 다루는 철강업계나 뙤약볕에서 작업하는 조선업계에서는 얼음재킷을 단체로 구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여름은 평년 수준이었다. <표 참조> "100년만의 무더위"라는 올 기상전망에 한편으론 겁먹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시의 기상관측이 거짓말이었을까?

당시 나왔던 '100년만의 더위'가 틀린 말은 아니다. 지구 연평균 기온을 살펴보면 19세기 후반 이후 2005년은 1998년에 이어 두번째로 기온이 높은 해였다. 지구의 기온은 높았지만 한국의 평균기온이 낮았을 뿐이다. 김승배 기상청 통보관은 "평균기온이 높은 것은 겨울철이 따뜻하기 때문"이라면서 "여름철이 더울 것이라는 오해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구 연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해는 1998년, 2005년, 2003년, 2002년 순이다. 이 해 한국의 평균 기온은 13.58℃, 12.48℃, 12.58℃, 12.68℃이다. 1998년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해는 평년 수준이다. 여름인 7·8월만을 따져본다면 오히려 1994년이 가장 무더웠던 해이다. 하지만 이 해 지구 연평균기온은 14.14℃로 1990년 이후 네번째로 낮은 해이다. 지구 연평균기온이 높았던 2003년엔 한국의 여름은 이상 저온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스위스 스키선수들 캐나다로 전훈

지구 연평균기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영국에서 지난 12월은 1659년 이래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 예전 같으면 벌써 눈으로 하얗게 덮였을 알프스 산맥이 여전히 초록빛이다. 겨울인데도 날씨가 춥지 않아 북극곰들이 동면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모스크바의 한겨울 날씨가 영상 10℃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1879년 이래 가장 따뜻하다. 보통 영하 16℃를 기록하던 시베리아도 올해는 겨우 영하 3℃다. 스위스 스키 선수들은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아예 캐나다로 전지 훈련을 떠났다. 알프스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됐다.

존스 소장은 "올해 무더위는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결심을 해야 할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방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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