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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조흥은행 직원 2명, 850억 들고 튀었다

고교 동기동창인 은행원 2명이 고객의 850억원대 양도성예금증서(CD)를 사채시장에서 현금으로 바꿔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도망가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들을 포함한 위조단이 조직적으로 타 금융기관에서도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26일 은행 관계자들을 소집해 긴급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 서울 오목교지점 신모(41) 과장은 5월부터 7월 중순까지 K토지신탁회사 등 2곳에 650억원어치의 CD를 발행해줬다. 지난달 하순 조흥은행 면목남지점 김모(41) 차장도 회사 한 곳에 200억원짜리 CD를 발행했다.
하지만 이들은 K사 등에 CD를 발급하면서 진짜 증서 대신 가짜 증서를 지급했다. 가짜 증서는 컬러 복사기를 이용, 일련번호 등이 정교하게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 과장 등은 지난 수개월간 피해 고객들과 수차례 CD거래를 하면서 신뢰를 쌓은 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며 “서울 소재 K고등학교 동기동창인 두 사람이 공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범행은 K토지신탁회사 등이 만기일인 25일 현금지급을 요청하며 은행창구에 제출한 증서가 가짜임이 밝혀지면서 들통났다.
이들은 24일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진품 CD를 사채 시장에서 현금으로 바꿨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범행자들의 가족들도 연락이 닿지 않아 함께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 사채시장에서 CD를 현금으로 교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달 말에도 기업은행에서 300억원어치의 CD도난사건이 발생하는 등 최근 CD관련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권의 CD발행잔액은 49조원으로 이중 증권예탁원에 보관 중인 CD는 38조원이며, 11조원은 발행자나 은행이 보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탁원 밖에서 보관 중인 CD는 만기가 되기 전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범행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는 전문 위조단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어 피해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CD는 액면가가 거액인데다, 사채시장에서 무기명으로 거래가 가능해 자주 범행대상이 돼 왔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만기일 전까지 위조여부를 전혀 알 수 없어 사전에 범죄를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성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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