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좀 합시다-----
올해는 국민연금법에 의거하여 국민연금 재정을 재계산하고 이를 토대로 제도개선 여지가 있는지를 찾아보는 해이다. 빨라지는 노령화 추세로 2035년엔 연금기금의 당기수지가 적자로, 2047년엔 연금기금 잔액이 영(제로)이 된다는 것이 재계산의 결론이다. 따라서 연금 전문가 그룹이 2070년 시점까지 고갈되지 않도록 여러가지 방법을 제시하였고 이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결국 국회가 연말에 가서 최종 선택하게 된다. 이미 여론은 들끓고 시중에는 다소 감정적인 ‘연금 무용론’에서부터 ‘연금액 대폭 삭감론’ ‘보험료 인상론’ 그리고 ‘기초연금제 도입론’까지 백가쟁명식 논의의 봇물이 터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연 새정부로서는 4년 전 DJ 정부가 도시 자영자 확대 시점에서 마주한 ‘연금 파동’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여 연금제도의 성공적 제도 변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민연금 제도에서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재정의 위기이지만, 사실은 신뢰의 위기가 더 크다.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폭넓은 불신과 반감을 지니고 있는 국민의 신뢰 상실, 이것의 해소가 관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국민의 불신은 다음과 같은 오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첫째 오해는 국민연금 재정은 고갈되므로 연금 급여는 받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국민연금 재정은 언젠가는 고갈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그렇게 되는 것이 필연이다. 그러나 고갈되는 시점에서 우리의 후세대들이 연금액 지불을 위한 재정투입을 시작한다. 정부가 보장하는 법정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지불을 미룰 수도, 멈출 수도 없다. 따라서 지급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고 후세대의 부담이 시작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고갈시점을 언제로 하고 후세대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우리의 몫일 뿐이다.
혹자는 현재 40년 가입 기준으로 가입자 자신의 평균 소득에 대해 60%에 이르는 연금액 수준을 대폭 깎자는 주장을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보험료는 적게 올려도 된다. 특히 2070년까지 기금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가정을 기초로 할 때 연금액 수준을 40%로 하면 보험료율은 12%, 50%일 때는 16%, 현행 60%를 유지하면 19% 등 다양한 조합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가 집단의 결론은 무려 70년을 염두에 둔 장기적인 예측치일 뿐, 확정적인 수치는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올해 이 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필요는 결코 없다. 5년마다 행하는 재정 재계산 결과를 보고 계속되는 추정치 추이와 국민적 신뢰도를 살펴가면서 제도를 조정할 수 있다. 올해는 단지 첫번째 재계산에 불과하다.
둘째 오해는 현재의 연금기금 운용이 부실하여 각종 정치적·경제적 목적을 위하여 남용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현재 연금기금이 정치자금이나 국가 재정을 메우는 편리한 도구로 사용되는 예는 없다. 현재의 연금기금 운용은 시민사회·노동·농민·소비자단체를 포함하여 경영자단체의 대표 또는 추천 전문인이 개입하여 1년마다 엄격한 평가를 하며, 그 운용도 전문경영인에 의해 수익성·안정성·공공성을 잣대로 최대한 독립적 위상을 지닌 채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이들 단체의 감시·감독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얼토당토않은 전근대적 부실이 일어날 가능성은 일정 정도 제도적인 제어장치가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미 올해로 1백조원이 넘고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대 정도에는 국내총생산(GDP)에 거의 육박하는 정도의 기금 누적액이 쌓이게 되므로 더 전문적이고 더 투명하고 더 정교한 기금운용 구조가 필요하다. 현재의 수익률 1% 제고는 차후 3.7%의 보험료 인상 효과와 맞먹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 기금운용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고 투자의 전문성과 감독의 상시성을 확보하는 길이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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