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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8일 영일만항 개항식에 참석차 고향인 포항을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했던 MB(이명박 대통령)는 감회어린 소감과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처절한 가난 속에서도 면학(勉學)의지를 이어가려고 뻥튀기 장사를 했던 죽도시장을 둘러보면서 “고향이 자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MB가 명운(命運)을 걸었던 ‘경제 살리기’가 결실을 보고 있다. 지지율이 50%대를 돌파했다. 외국에서도 ‘한국을 배우자’는 선풍이 불고 있다.
G20회의에서 어느 국가 원수가 MB의 등을 감싸며 “대단한 사람이다(Big man)"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MB는 전재산을 희사해 장학재단을 만들고, 서울시장 재임시절 월급을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했던 관행을 청와대에서도 계속하면서 ‘더 큰 대한민국 만들기’에 부심하고 있다. 도덕성·헌신성으로 철저히 무장한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되어 대한민국의 명운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MB의 지극정성이 국민들의 얼어붙은 마음도 녹여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고향의 후배 공직자들은 어떻게 처신하고 있는가.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지난해 11월 ‘영포회’ 송년모임에서 듣기가 거북한 말들이 쏟아져 나와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물 좋을 때 고향발전을 못 시키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속된 말로 동해안에 노났다”·“누가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줄줄 쏟아진다”는 등 낯 뜨거운 발언들이 회자되어 MB와 ‘형님 이상득의원’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
오해 받을 짓을 삼가야 할 공직자들의 언동은 ‘자숙모드’를 유지하고 있으나 이보다 더 큰 불상사가 또 터져 나와 포항시민들의 자존심을 먹칠하고 있다.
최영만 포항시의회 의장이 바로 그사람이다.
영포회 모임에서 낯뜨거운 실언으로 전국에 망신을 시켜 놓고 또 석산개발업자로부터 수천만을 받은 사실이 들통나 구속 수감됐다. 집행부의 예산 집행과 각종 인허가 과정을 감시해야 할 주민들 대의(代議)기관의 수장(首長)이 사법처리 됐다는 사실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까.
최의장은 시의원과 스틸러스 축구단장을 겸임하는 등 명예와 두둑한 보수가 함께하는 ‘노란자위’에서 맴돌았다.
명예와 부(富)를 함께 누리는 것도 부족해서 로비 대행업까지 벌였다는 것은 ‘도덕성의 잣대’가 어느 수준인지를 가늠케 한다. 포항시의원들의 파행은 연속극처럼 방영되었다.
지난해 시의회 총무경제위원장 이 상철의원이 사업편의 제공을 빌미로 업자로부터 3천만원을 받았다가 구속 기소됐다. 지난 5월에는 득량동 신도아파트 건설과 관련해 업자로부터 상품권을 받은 시의원 2명이 검찰에 경고 처분을 받았다.
그 당시 최영만 의장은 상품권 몇장 받은 것을 가지고 야단이냐고 말해 의회 전체 도덕성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
또 한 시의원은 시청 코앞에 대형음식점을 차려 놓고 공무원과 기업인을 불러 들어 거액의 매출을 올리는 것도 부족해 쇠고기의 원산지를 속여 폭리를 취하다가 들통이나 과태료와 벌금을 물고 축산농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사회적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거론 조차 할 수 없는 ‘후안무치’행위에 시민들은 아연실색한 뿐이다.
포항시의회의 위상이 끝모를 나락으로 빠져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로 시의회 자체의 윤리적 점검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의원의 일탈 행위를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강구해야 함에도, 이를 방치하고 한통속으로 놀아나고 있는 것이 화근이 되고 있다.
둘째로 정당 공천 과정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의정비를 받는 시의원은 전문성·준법성·청렴성을 갖춰야 한다.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지 않은 후보자를 공천해 시의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은 ‘불량품 강매’에 다름 아니다.
지난 1995년부터 다시 시작한 지방자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적지 않은 발전과 역량을 축적해 왔다. 숱한 시행착오 속에 드러나는 큰 문제점은 정당 공천제이다.
시의원 지망생들이 공천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당에 대한 충성 경쟁과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줄서기가 직·간접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 보다는 정치적 술수가 능한 인물들이 발탁되는 경향이 노출되고 있다.
특히 기초의원 후보자들은 자신의 정견을 발표 할 수 있는 TV등 미디어에 접근할 수 없어 인지도 확산이 제한되고 있다. 공천하는 당(黨)의 이름이 당선의 관건이 되고 있다.
경북지역을 석권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기초의원 공천에 새삼 유의해야 한다. 정당 공천제의 폐해가 적지 않게 노출되어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포항지역 축산농민들이 두 차례나 도덕성이 실추된 시의원 퇴출 촉구 시위를 벌였다는 것은 ‘큰 사건’이였다.
사회적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아랑곳 않는 ‘문제 있는 인물’들을 무책임하게 공천하면 지방자치는 부패와 무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지역의 경쟁력 제고와 주민 삶의 질 향상은 제대로 된 지방자치에서 비롯된다.
주민들에게 있어서 단체장과 시의원은 소중한 공직자들이다. 주민들이 깨어나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불량품’들을 골라내고 리콜해야 한다.
세계가 찬탄하는 MB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걸맞게 고향 후배들이 꾸려가는 ‘풀뿌리 자치(自治)’도 청렴하고 유능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포항시의회는 그야 말로 부패한 콩가루 집안이 돼 버렸다.
<김종서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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