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우리의 국방부 장관)을 대공 화기인 고사총으로 처형했다고 13일 전해졌다. 2013년 말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을 계기로 고위층에 대한 처형 방식이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자신의 측근을 비롯한 고위 인사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면서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해 충성을 유도하고 있다" 고 한다.

◇공포감 극대화로 충성 유도

현영철은 지난 4월 30일쯤 평양의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수백명의 고위 군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총살되었다고 국가정보원은 분석했다. 강건종합군관학교는 지난 4월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가 "북 당국이 작년 10월 15명을 고사총으로 처형했다"며 인공위성 사진 증거를 제시했던 곳이다. 당시 인공위성 사진에선 사격장에 고사총이 늘어서 있고, 처형자가 세워졌던 것으로 보이는 표적지가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바로 그 장소에서 현영철에 대한 잔혹한 처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특히 현영철에 대한 처형은 재판 절차 없이 체포 후 2~3일 만에 전격적으로 처형되었다. 장성택이 정치국 결정과 재판을 받은 뒤 처형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군 최고급 인사 처형을 감행할 정도로 김정은의 철권통치가 심화되고 있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처형자의 가족까지 참관시킨다. 소총 대신 총신이 4개인 14.5㎜ 고사총을 사용하면 시신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가 된다. 정보 소식통은 "당국은 처형 전에 참관인들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눈물을 보이지 말라'고 경고하고, 처형 후에는 처형자를 비판하면서 충성의 각오를 다지는 소감문을 작성·제출토록 강요한다. 처형 대상자의 가족뿐 아니라 주변 동료들에게까지 참혹한 처형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김정은 유일 영도체제에 감히 반기를 들지 못하게 한다.

◇처형 방식 갈수록 잔인해져

김정은 집권 이후 처형 방식은 날로 잔인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2012년 3월 북한 당국은 김정일 상중(喪中)에 술을 마신 김철 인민무력부 부부장을 박격포 사격으로 처형하였고 2013년 말 장성택과 그의 핵심 측근 인사들은 고사총 등으로 처형된 뒤 화염방사기로 소각됐다. 대북 소식통은 "'반역자는 이 땅에 묻힐 곳이 없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흔적을 없애라'는 김정은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정보 당국이 입수한 2014년 북한 내부 문건에도 '종파 놈들은 불줄기로 태우고 탱크로 짓뭉개 흔적을 없애 버리는 것이 군대와 인민의 외침'이라고 적혀 있다. 일부 수용소에서는 도끼를 사용해 수용자를 연쇄 처형하기도 한다.

대북 소식통은 "처형 장면을 본 북 간부와 주민들 사이에서 '동무, 신발 두 짝만 남고 싶어?' '고사총 앞에 서지 않으려면 똑똑히 하라우'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음 처형 때는 미사일이 나오지 않겠나' '김정은에게 소신 있게 의견을 제시하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군·당·정 간부들 사이에선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눈치 보기와 몸 사리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정보 당국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