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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사과도 요청도 않는데 한나라 일각서 연일 제기
여당에서 연일 '대북 쌀지원'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2일 당·정·청 '9인 회의'에서 이 문제를 덜컥 꺼내더니, 23일 인사청문회에선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조 보수'를 자처하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이에 동조했다. 한나라당에선 24일에도 "(대북 쌀지원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추석 전에 안을 내놓아야 한다"(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얘기가 나왔다.그러나 정부와 청와대는 모두 "때가 아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TV 뉴스를 보다가 '대북 쌀지원 검토'라는 자막이 뜨자 "아니라는데 왜 자꾸 저런 게 나오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통일부는 브리핑에서 "쌀지원 문제를 검토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여당에서 '북한에 쌀 주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쌀 재고가 대책 없이 쌓여가고 있다. 올해 쌀 재고량이 150만t에 육박하고 보관비만 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추수 이후 쌀값이 하락하면 "농민들의 민심이 크게 이반될 수 있다"(이군현 부대표)는 것이다.
또 정권 재창출이 최대 목표인 여당 입장에서 남북관계 경색이 계속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쟁이냐, 평화냐'는 야당 공세가 어느 정도 먹힌 것 아니냐"고 했다.
여당으로선 '쌀 재고 해소'와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이란 두 마리 토끼를 대북 쌀지원 한 방으로 잡고 싶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때마침 북한에서 수해(水害)가 났다는 뉴스도 들렸다.
그러나 안보부서 당국자는 "정치적 이유로 대규모 쌀 지원을 재개하면 1995년의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6·27 지방선거를 며칠 앞두고 북한과 쌀 15만t 무상지원을 합의했다. 이 당국자는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 선거에 활용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선거에서도 졌고 남북관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대북 쌀지원은 2000년에 가서야 다시 이뤄졌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인도적 지원이라도 원칙과 절차라는 게 있어야 한다"며 "최소한 재난을 당한 쪽(북한)에서 피해 규모를 밝히고 지원을 먼저 요청하는 게 국제적 관례"라고 말했다. "북한 요청도 없는데 쌀 재고가 쌓인다고 먼저 주고 보자는 건 말이 안 된다"(이상현 세종연구소 박사)는 것이다.
지난 7~8월 북한 보도를 종합하면 함경도와 양강도를 제외한 북한 전역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수해로 남북정상회담이 연기됐던 2007년의 경우, 북한은 "사망·실종 600여명, 이재민 90만명, 농경지 20만 정보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인명피해 보도는 없다. 농경지 침수도 1만4850정보 수준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피해 집계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2007년보다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예전처럼 30만~40만t의 쌀을 지원하는 것은 인도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라고 했다. 북한이 인도적 위기에 처했다면 작년 말 우리측이 주려고 했던 옥수수 1만t부터 받아가라는 것이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우리 정부는 대북 지원을 끊으면서 북한의 사과 등을 지원 재개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천안함은 남한의 조작'이란 입장이다. 이조원 교수는 "대규모 쌀 지원이 재개되려면 천안함 이후 정부가 천명한 원칙을 접을 만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북한은 수십만t의 쌀을 받으면서 그 대가로 이산가족 상봉 등에 합의했다.
청와대 당국자는 "쌀 지원이라는 게 단순한 인도적 문제나 남는 쌀을 처분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복합적인 대북 전략 차원에서 검토돼야 하는데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은 조만간 추가 대북 제재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9월 초 당 대표자회의에서 김정은 후계를 공식화하고 안착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라며 "지금 대규모로 쌀을 주는 것은 3대 세습을 도와주는 것밖에 안 된다"고 했다.
[찬반토론] 대북 쌀 지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북한 사람은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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