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후보 친북성향·언론관 논란
미국 국적 취득은 특권층이고 이는 ‘어둠의 자식’이라고 비판했던 정연주 KBS 신임사장 후보자가 정작 자신의 아들들은 모두 미국 국적을 취득, 병역을 미필한 상태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 KBS 홈페이지
정연주 KBS 사장 후보자는 ‘서울 워싱턴 평양’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아들이 미국 국적을 선택하게 된 부분이 언급돼 있다.
정 후보자는 박정희 정권시절인 1975년 동아투위 사건(언론탄압에 대한 항의로 동아일보를 백지로 내보냈었음)때 동아일보에서 강제 해직된 뒤 재야 편집일을 보다 1982년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시 미국으로 이민 갔을 때 두 아들의 나이는 7살, 5살(75년, 77년)이었고, 정 후보자 가족은 미국생활을 마치고 2000년에 입국했다.
이 책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국내에 들어와 아들에게 “어느 국적을 택할 것이냐”고 의사를 물었고, 두 아들은 18년 동안 미국 생활을 해왔던 터라 말하는 것부터 적응하기 힘들었고, 미국 생활 습관 등의 문제로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
정연주 후보자가 쓴 이 책을 읽었다는 한 언론사 기자는 “자신도 4년 반 동안 미국에서 살아서 조금은 이민자들에 대한 메커니즘을 안다. 보통 부모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시킨다 하더라도 백그라운드가 미국이다 보니 미국의 동향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동안 장관들의 아들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중국적으로 양다리를 걸쳤기 때문”이라며 “이번 아들 국적문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연주 후보자의 아들이 미국국적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정 후보자는 한겨레 논설위원 재직 당시 미국 국적 취득은 특권층이고 이는 ‘어둠의 자식’이라고 비판한바 있다.
독립신문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망스’라고 생각한 그의 이중성을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한겨레 논설위원이었던 정 후보자는 한겨레 2002년 8월 9일자 ‘정연주 칼럼’에서 ‘부자들의 잔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당시 노무현 후보와 경합을 벌인 이회창 후보의 아들과 관련된 병역의혹설과 미국 국적 취득을 연이어 꼬투리 잡고 “병역 면제와 미국국적 취득은 우리사회의 특수계급이 누려온 특권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 후보자는 칼럼에서 “특수계급의 단단한 요새 안에는 여러 유형화된 형태들이 있다”며 “며느리나 딸이 아이를 낳을 때쯤이면 미국으로 건너가 갓난아이에게 미국 국적을 취득하게 만들고, 끼리끼리 알고 있는 연줄과 노하우를 통해 병역면제의 길을 찾아내고…”라며 상류층 자제들의 미국 국적 취득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어둠을 저주하지 말라. 오히려 그 어둠을 조금이라도 밝히기 위해 촛불 하나를 켜라는 말이 있다. 특권적 행태가 분명 어둠의 자식일진대 이를 거부하는 것은 촛불 하나보다 더 환한 불빛을 밝히는 일이다”라며 자신의 처지를 외면한 채 칼럼을 마쳤다.
이와 관련 한 네티즌은 “남의 자식 국적문제는 ‘기득권적 행태’라며 신랄히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눈감는 것인가. 자신이 만든 어둠에 대해 자신 스스로는 촛불을 밝힐 용기는 없는지 궁금하다”며 그의 이중적인 면을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KBS노조는 친정부 성향이라며 서동구씨를 내쫓더니 이번엔 서동구씨보다 더 친정부에, 친북 성향까지 겸비한 정연주씨를 추천하다니, 이 나라가 어찌 돌아갈 판인지, 정말 ‘놀랠 노’자다’라고 말했다.
또 정 후보자를 조금은 안다고 밝힌 한 언론계 중진은 “정연주씨는 지난 선거 때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과 칼럼을 기고하며 그의 당선을 도와줬다”며 “그가 논설위원을 맡았던 한겨레신문은 노 대통령의 개인 신문 같은 존재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부르짖던 친북·반미 주장과 같은 노선으로 글을 쓴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를 KBS 사장으로 내정한데 대해 매우 우려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는 이어 “이런 정황을 살펴봤을 때 정연주씨를 KBS 사장으로 내정한 것은 노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본다”며 “이는 노무현씨가 KBS를 자기 입맛에 맞는 친정부 방송으로 만들려는 수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노무현 대통령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다. 취임한지 얼마 안됐지만 이미 많은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정연주씨가 사장으로 임명된다면 KBS는 친북 반미를 주장하는 방송이 될 것이며 한국은 김정일의 정치적 기쁨조 노릇을 계속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을 비관했다.
한편, 한나라당 언론대책특위(위원장 하순봉 의원)는 24일 오후 2시 정연주 후보자에 대한 “공영방송사 사장은 방송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의 골자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행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대책특위는 기자회견에서 정연주 후보자에 대해 “정연주씨는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선별방북취재 논란이 있을 때 유일하게 북한을 방문하여 취재활동을 벌인바 있다”면서 “정씨는 자신이 워싱턴 특파원 11년을 회고하면서 ‘친북언론인’,‘공화국 대변인’이라는 호칭이 붙었는데 이런 호칭은 우리 외무부가 붙여진 별명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대책특위는 또 “KBS 이사회는 ‘김일성 사망’을 ‘김일성 서거’로 표현하는 정씨의 친북 편향성과 이념적 편향성을 검증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언론대책특위는 이어 “정씨의 두 아들이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고 부인은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등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조폭언론’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만들어 쓸 정도로 편향된 언론관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이념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도덕성에도 흠결이 있는 사람이 공영방송 KBS수장이 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한 네티즌은 “‘조선일보가 없는 아름다운 세상’(조아세)의 말도 정연주씨가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겨레 같은 신문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한아세)이라는 말은 왜 안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 후보자가 ‘친북언론인’이라는 호칭이 붙은 데 대해 한 언론사 기자는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정연주씨가 국정원에서 뻘건 사람이라는 리스트에 올라 입국 금지를 당했다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에 돌아 올 수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이혜원/윤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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