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비자금 언론계 유입설
언론인 밥값·술값·촌지 등 대검중수부 관련자 참고조사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현대로부터 받은 비자금 일부가 언론계에도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들과 점심이나 저녁 회동을 자주 가졌던 박 전 실장이 언론인들과의 모임에서 밥값과 술값, 촌지 등에 비자금 일부를 썼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박 전 실장이 쓴 수표를 추적한 결과 일부 기자들이 연루됐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 비자금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검사장 안대희)는 지난 3일 박지원 전 실장이 현대로부터 받은 150억원에 대한 관리를 전직 무기거래상 김영완 씨에 맡긴 뒤 몇 차례에 걸쳐 30억원을 가져다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검 중수부는 이 자금이 정·관·언론계에 뿌려진 것으로 보고, 최근 박 전 실장이 언론인들과 자주 모임을 가졌던 유명 한정식집 등 유흥업소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대검 중수부는 박 실장과 동석했던 사람들이 주로 어떤 사람들이었는지와 함께 유흥비 결제 방식 등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박 전 실장이 언론인들과 자주 회동을 가졌던 것이나 비자금 일부가 언론계 인사들을 접대하는 데 쓰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것 아니냐”고 말해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DJ 정권 당시 청와대를 출입했던 한 기자는 “박 전 실장은 전직 청와대 출입기자단까지 일일이 챙겨 식사 접대를 할 정도로 언론인과 잦은 회동을 가졌다”며 “인원이 많을 때는 한 번에 50명 정도도 모였는데, 점심모임에선 1인분에 몇 만원이나 하는 한정식과 늘 비싼 양주로 폭탄주를 돌렸고, 저녁 모임이 2차, 3차까지 갔으며 일부 기자들에게는 수십만원에서 백만원까지 촌지도 돌렸던 것을 감안할 때 한 번 회동에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천만원 가까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기자들 모임 외에도 박 전 실장은 점심, 저녁 약속이 비어있는 때가 없었는데, 청와대 비서실장 판공비나 청와대 공식 예산으로 비용을 대기엔 턱도 없없다”며 “당시에도 청와대 한 수석이 ‘아침에 출근하면 박 전 실장이 어제는 누구와 폭탄주를 마셨다는 얘기를 늘 하는데, 도대체 무슨 돈으로 그렇게 술을 마시고 다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를 하곤 했다”고 전했다.
정치부를 오래 맡았던 한 언론사 간부는 “박 전 실장은 정치·사회부장단과는 한두 달에 한 차례 정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고, 비정기적이긴 하지만 편집·보도국장단과 논설위원들,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가끔 회동을 가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실장이 현대 비자금 수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검찰 수사가 어떻게 결론 날지는 미지수다.
박 전 실장 변호인단 관계자는 “검찰에서는 김영완 씨의 자술서를 근거로 박 전 실장에게 150억원 가운데 일부가 유입됐다고 하고 있는데, 김씨가 직접 검찰이나 법원에 나와 진술하지 않는 이상 진술서 내용을 믿을 수 없고, 박 전 실장 역시 150억원 자체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비자금을 받았다는 전제 아래 이를 어디에 사용했느냐는 물음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박 전 실장이 실제로 공직에 있으면서 언론계 접촉을 많이 했고, 이런 과정에서 많은 경비가 들었을 것이라는 근거로 검찰에서 추궁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조사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2031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