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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수석] 대북송금 ‘박지원 십자가론’ 파장
與일각 ‘특검시 DJ불기소’와 같은 맥락

유인태(柳寅泰) 정무수석이 지난 10일 박희태(朴熺太) 한나라당 대표 대행을 만난 자리에서 대북비밀송금사건의 책임 문제와 관련해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실명 거론해 파장이 번지고 있다. 유 수석은 박 대행에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박지원씨 같은 분들이 책임지지 않고 뒤로 빠지려고 해서 문제”라고 말했다.

발언 내용이 공개되자 유 수석은 “박 전 실장이건 누구건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일반론을 말한 것일 뿐, 박 전 실장을 책임자로 지목한 것은 아니다”면서 “조사도 하기 전에 누가 책임자인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행이나 면담에 배석했던 박종희(朴鍾熙) 한나라당 대변인 등도 “유 수석이 박 실장을 책임자로 지목해서 한 얘기는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권 핵심부가 ‘박지원’ 또는 ‘박지원+임동원+ α’를 최종 책임자로 하는 대북 송금사건 해결 구도를 상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유 수석이 일반론을 얘기했다 할지라도, 은연중에 정권의 본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 수석은 그간 대북 송금과 관련, “김대중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이 국회에 나와 밝힐 것은 밝혀야 한다”, “책임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말해왔다. 그 책임자가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 수석은 “박지원 전 실장이든 임동원 전 특보든…”이라며 두 사람을 예로 들기도 했다. 유 수석이 박 대행을 만난 자리에선 임 전 특보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 일각에서 ‘특검을 하더라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불기소 조건을 달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박지원 책임론’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민주당은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박 대행은 “민주당이 DJ 불기소를 요구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측근들 사이에선 “진상을 밝히더라도 김 전 대통령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확인되고 있다. ‘DJ 책임론’을 사전에 배제하려면 적절한 선에서 책임을 질 사람이 나와줘야 한다는 것이고, 결국 박 전 실장이 방패막이가 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야당측은 특히 “4000억달러 대북뒷거래 사건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여권에 ‘꼬리자르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실장은 그러나 이날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 앞에서 기자와 마주치자 “더이상 할 얘기가 아무 것도 없다”며 손을 젓고는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

(金昌均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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