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와 서울메트로 등 관계기관이 석면 문제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하루 4백만명에 이르는 지하철 승객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석면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 지하철 역사 입구부터 시작해 연결통로와 승강장 등 승객들이 열차를 타는 경로 곳곳에서 석면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한마디로 역사전체가 석면 덩어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승강장 천장 전체가 석면으로 도포돼 있었고 이것이 심하게 훼손돼 석면조각이 떨어진 곳은 물론이고 언제 떨어질지 모를 정도로 아슬 아슬 하게 매달려 있는 경우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지하철 30개 역사 조사, 18곳에서 시민들 이용하는 승강장 등에서 발견
이 석면이 떨어지면 공기중에 입자가 흩어지게 되고 이것을 고스란히 시민들이 마시게 된다. 지하철 승객들에게 이같은 상황을 설명하자 하나같이 그동안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경악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이지윤 씨(서울시 중랑구 면목동, 27, 여)는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심각한지는 전혀 몰랐다"며 "석면 문제가 오랫동안 제기됐는데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승객들은 암에 걸리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사대상 30개 역사 가운데 이같은 상황은 승강장과 대합실 등 시민 이용공간에서도 석면이 건축마감재로 사용된 시청역과 방배, 서초 역 등 18개 역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1급 발암물질 석면, 지하철 승객들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
죽음의 섬유라 불리는 석면은 전세계적으로 1급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석면이 1970년대 중반부터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석면은 건축자재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통 석면이 사용된 건물의 경우 석면이 훼손될만한 외부조건이 없다면 철거작업만 잘 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지하철의 경우 항상 전동차가 다니면서 큰 진동이 있을 뿐 아니라 밀폐된 공간이라는 점, 그리고 냉,난방공사와 전기공사 등이 빈번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석면의 훼손 가능성이 아주 크다.
그 결과 최근들어 지하철 석면의 자연적, 인위적 석면의 파손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지하철 건설 노동자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노출도가 그만큼 더욱 높아진 것이기 때문에 시민단체와 지하철 노조 등에서 지난 2001년부터 지하철 시민이용공간에서 석면 발생가능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 왔다.
지하철노동조합 정연수 위원장은 "실태조사결과 석면이 승객들이 직접 이용하는 승강장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노동부와 서울메트로 등 관계기관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노동부 "오히려 우리가 나서면 월권행위다", 손 놓고 있어
하지만 석면의 경우 잠복기가 길어 암 발병이 현실화 되기까지는 20~30년이 소요돼 당장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된 석면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의 문제 등으로 관계기관이 이 문제를 방치해 왔다.
실제로 노동부는 오히려 이 문제는 지하철 노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책임떠넘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하철 석면 문제는 지하철 노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실태조사를 하려면 지하철 뿐 아니라 모든 관공서 사업장에서 해야하는데 그건 오히려 노동부가 월권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메트로 역시 문제의 심각성은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수천건의 크고 작은 공사를 하면서 안전조치를 거의 취하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작은 공사들을 하면서 석면이 나오는지도 모르고 한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제거작업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업체도 거의 없을 정도로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책임소재 가리기보다는 문제 해결이 우선, 제거까지 최소 15년 소요
이렇게 지금까지 이들 기관이 문제를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들의 건강과 관련한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잘잘못을 가리기 보다는 앞으로의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30개 역사에만 진행된 실태조사를 서울과 수도권을 물론이고 부산 등 노후 지하철이 있는 모든 곳으로 확대해 정확한 실태가 어느정돈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에도 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하철 시설공사와 석면제거 작업 등을 중단하고 안전한 석면 제거 방안을 연구해야 할 때다.
전문가들은 일단 더이상 석면입자가 지하공간에서 날리지 않게 1차 작업을 한 뒤 석면을 안전하게 제거하는데 최소 15년의 기간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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