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石綿)은 광물이면서 다른 물질과 함께 사용하기가 편리하다. 유연하지만 쉽게 마모되지 않는다. 늘어나는 성질은 금속보다 뛰어나다. 불에 타거나 썩는 일도 없다. 고대 그리스·로마에서는 석면을 방화복이나 램프의 심지로, 이집트에서는 미이라를 싸는 포대로도 사용했다. 석면을 영어권에서는 아스베스토(asbestos)라고 한다. 원래 그리스어로 '불멸의 물건'이라는 뜻이다.
석면의 뛰어난 방음 흡음 보온성은 20세기 들어 건축자재로 또 한번 각광을 받게 된다. 19세기 말 캐나다의 대규모 석면 광맥 발견으로 가격이 싸지고 공급도 수월해진 탓이 크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었던 1960~1980년대 우리나라 지붕개량사업에 많이 사용됐던 슬레이트 역시 주된 성분의 하나가 석면이다. 그러나 석면의 분진이 폐암 등 악성 종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석면 제품은 오늘날에도 건축용은 물론 산업용 등으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유해성을 둘러싼 논쟁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석면을 1급 발암물질 중의 하나로 지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관련 제품의 제조 사용을 전면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반면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제품의 99%는 적은 양으로는 건강에 영향이 없는 백석면이므로 위해성이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물론 세계적으로는 규제가 한층 강화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는 석면 함유량이 0.1%를 초과한 제품의 제조, 사용,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환경부가 운영 중인 석면관련 피해 신고센터(1588-3920)도 있다.
관할 구청과 환경단체가 진위 공방을 벌였던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 동생말 입구 도로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물질이 석면이라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최종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위야 어찌됐든 인근 주민들의 불안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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