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석면비리 > 석면 불법 철거·처리 여전히 심각

애매한 법 기준, 힘없는 행정조치 탓
7월부터 1% 이상 함량 지정폐기물 처리

환경부, 건교부, 노동부 등 5개 부처는 지난해를 석면 관리 원년으로 선포하고 정부합동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등 분주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석면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해 1월 26일 은평 뉴타운 조성을 위한 철거 현장에서 비산 석면이 날리고 있다.

지난해 본보는 서울 은평 뉴타운 재개발 현장(195호, 2007년 1월 26일자, 은평 뉴타운 석면 대기 중 훨훨), 서울 반포 진달래아파트 재건축 현장(257호, 2007년 6월 25일자, 석면 ‘법’보다 ‘합의’ 우선), 고양 가구단지 도시개발 사업에서의 폐석면 불법처리(258호, 2007년 6월 27일자, 도시법이 ‘석면불감’ 부채질) 실태를 세 차례에 걸쳐 지적했다. 허나 본보의 꾸준한 보도에도 폐석면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하게 처리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2월 5일자로 전면 개정된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석면이 함유된 지붕재의 해체·제거작업시 ‘해체된 지붕재는 직접 땅으로 떨어뜨리거나 던지지 말 것’이라 명시돼 있으나 고양 가구단지에서는 이 같은 규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또한 석면은 지정폐기물로 지정 봉투에 싸서 따로 처리돼야 함에도 일반 건설폐기물과 뒤섞여 반출됐다.

건설현장의 이같은 행태가 비일비재하게 행해지는 이유는 건설폐기물의 처리비용이 지정폐기물보다 저렴하고 건설폐기물과 지정폐기물을 일일이 분류하는 것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폐석면 적법 처리 가능한가= 폐석면 불법 처리가 끊임없이 자행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근본적인 이유는 법적 기준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환경부 유해물질과 이윤섭 과장은 “현재 폐기물관리법에 비산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지정폐기물로 규정하고 있는데 (석면처리에 있어 비산가능성에 대한) 기준이 애매해 분류가 안 된다”고 말했다.

석면의 비산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 석면 철거시 발생하는 비산먼지는 인체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다. 가톨릭대 예방의학과 김현욱 교수는 “석면이 섞인 건축물을 철거하는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단연 비산먼지”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법 규정을 구체화해 폐석면 처리에 대한 부분을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이윤섭 과장은 “오는 7월 1일부로 석면 함량이 1% 이상일 경우 지정폐기물로 처리할 계획”이라며 “6개월 동안은 종전 규정을 적용하고 경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법적 규제의 모호성과 함께 행정조치가 미약하기 때문이란 이유도 불법 처리를 부추긴다. 현재 폐석면 철거 규정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규정을 위반해도 시행되는 행정조치는 천양지차다.

노동부 산업보건환경팀 조원식 사무관은 “사실상 검찰이나 법원에서는 1~200만 원 정도의 벌금 구형으로 가볍게 처리한다”며 “행정조치 부분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철저한 현장감독이 해답= 지난해 6월 말 고양 가구단지에 대한 본보 보도 후 7월 16일경 노동부 고양지청은 철거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고발 조치를 취했다. 이유는 철거시 석면가루가 날리고 적법한 절차를 통한 석면 철거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6월 27일 경기도 고양시 식사동 가구단지의 철거된 주택. 석면과 건축 폐기물이 뒤섞여 있다.

고양지청 산업안전과 이춘민 감독관은 “철거를 허가했지만 석면 등 지정폐기물을 적법하게 처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양시 도시정비과 담당자는 “도시계획법에 따라 환경보호과에서 처리나 적치 부분을 담당하고 환경협회에서 나온 감독관이 현장에 상주하도록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고발 조치 이후 고양 가구단지의 석면 철거나 처리는 적법하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고양시 청소과 신성희 주사는 “지정폐기물로 처리된 것에 대한 인계서를 몇 장 받았다. (지난해) 9월과 10월 말, 그 이후 또 한번 총 1만5000kg이 지정폐기물업체로 반입됐으며 보관된 양은 다 치워졌다"고 전했다.

더불어 당시 (주)신앤우에서 모든 일을 담당했으며 발생된 폐기물은 적법하게 처리됐다고 밝혔다. 현재 고양 가구단지 재개발은 대지조성사업 중이며 2010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이를 볼 때 현재로선 석면의 불법적인 철거와 처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철저한 현장감독과 관할구청의 엄격한 처벌만이 해결책으로 보여진다.

◆비산 석면까지 잡아라= 비산 석면에 대한 문제가 계속 지적됐음에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는 직접 공사장 비산먼지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환경부 생활공해과 박미자 과장은 “대기법에 석면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비산먼지에 대한 농도 규정이 없다”며 법 규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박 과장은 환경부가 올해 공사장 경계선상에 대한 비산먼지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환경부 관계자가 공사현장에서 발생되는 석면을 포함 비산먼지에 대한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태가 급진전된 셈이다.

환경부는 또 지난해부터 연2회 석면정책협의회에서 관계 부처 통합으로 미팅을 갖고 석 달에 한 번씩 학계, 환경단체 등과 함께 석면정책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더불어 노동부 역시 지난해 석면의 유해성과 함께 대두된 노동자의 환경성 질환 문제에 대해 "석면 노동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건강조사를 올해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1980년대 이전 석면을 사용했던 건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 상 석면 철거나 처리 규정이 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청석면, 갈석면은 이미 사용이 금지됐고 백석면은 부분적인 규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2009년이 되면 모든 석면은 종류에 관계없이 전면 규제될 방침이다. 때문에 신축 건물에 석면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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