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석면비리 > 정부, 미군기지 반환…오염복구비 5천억 떠안아 논란

정부가 ‘한국 환경법에 따른 토양오염 치유’의 원칙을 포기한 채 미국측이 오염 치유가 됐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한 15개 기지에 대해 사실 확인 작업도 없이 반환받기로 했다.

정부는 14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가진 제9차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SPI) 결과 브리핑에서 “국내 반환 대상 미군기지 59곳 가운데 사격장내 불발탄 제거 등 8개 항목에 대해 치유하기로 한 15개 기지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절차에 따라 15일 정오를 기해 반환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나머지 기지에 대해선 계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미측이 치유하기로 한 8개 항목에는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토양오염 치유 부분이 포함돼 있지 않아 최소 5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으로 추정되는 미군기지 오염 치유 비용 대부분을 우리측이 부담하게 돼 향후 협상과정에서도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는 8개 항목에 대해서만 치유하겠다는 미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수용, 나머지 기지에 대한 협상에서도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주한미군 반환기지협상에서 치명적인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과 방치 폐기물 문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오염 치유 비용 분담 액수에 대해 “미군측이 당초 알려진 2백만달러(20억원 상당)보다는 훨씬 많이 부담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정확한 액수는 모른다”며 “토양오염 부분 등을 우리측(국방부)이 치유해 지자체 등에 다시 반환 형식으로 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2011년까지 반환되는 미군기지는 전국 70여개 기지 중 59개로, 이번에 반환된 1차분은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오염조사가 완료된 29개 기지 중 일부다. 15일 반환되는 15개 기지는 파주의 캠프 하우스와 스탠턴·자이언트·보니파스·리버티벨·그리브스·자유의 다리·찰리블럭, 남제주의 캠프 맥냅, 하남의 콜번, 의정부의 라과디아, 동두천의 님블, 용산의 유엔컴파운드, 매향리 사격장, 서울역 미군사무소 등이다.

이들 기지 반환을 놓고 정부는 당초 오염기지가 국내 토양환경보전법 기준에 맞게 복원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미국은 한국이 과다한 치유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난해 4차 SPI때 제안한 8개항만 준수하겠다고 고집해왔다. 8개항은 ▲지하유류저장탱크 제거 ▲PCB품목 제거 ▲지표의 유해물질 청소 ▲불발탄 처리 ▲폐기한 냉장고·에어컨 속 화학물질 제거 등 기초적 수준의 오염 치유 조처만을 담고 있을 뿐이고 가장 문제가 되는 기름유출 및 화학물질로 인한 막대한 토양오염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은 국내 환경기준에 맞게 치유하고 치유 비용도 ‘오염자 부담원칙’에 의해 미국측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맞서왔으나 결국 이날 합의로 복구비용 대부분을 한국측이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 윤기돈 국장은 “이번 합의는 그동안 미국측이 제기한 입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결과”라며 “국민들이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영기자 [email protected]〉 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