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세무비리 > 특검 ‘비자금·탈세’ 제보받은 직후 삼성병원 자료폐기

[한겨레] 특검팀 수사정보 사전유출 의혹

하드 삭제 · 자료 이동 등 ‘증거인멸’ 의혹

“압수수색 들어올지 모르니 기록 지워야”

삼성 “야근했을 뿐”…홍라희씨 출국 금지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삼성서울병원 관련 제보를 받은 직후, 삼성서울병원이 컴퓨터 파일을 지우고 서류를 폐기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 증거인멸 행위를 한 사실이 21일 <한겨레> 취재진에게 목격됐다. 이에 따라 특검팀의 수사정보가 삼성 쪽으로 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0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직원들을 동원해 관련 자료가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삭제하고, 차량을 이용해 수십개의 서류상자를 병원 바깥으로 옮겼다.

20일 밤 11시께 삼성서울병원에 손님을 내려준 택시기사 이아무개씨는 “손님이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며 ‘오늘 밤에 출근 복장으로 병원으로 나와라. 내일 압수수색이 들어올지 모르니 기록을 지워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 관계자는 “최근 삼성서울병원 관련 제보를 입수해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병원 권기창 행정지원실장은 “본관 행정사무실을 중환자실로 바꾸기 위해 일부 직원들이 야근을 했을 뿐, 증거인멸 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 19일 건설교통부와 행정자치부에 이건희 회장 일가의 부동산 소유 및 변동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앞서 법원은 이들 자료에 대한 국세청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특검팀은 또 이재용(40) 삼성전자 전무가 1995년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 주식을 취득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원의 매각차익을 얻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당시 조사결과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99년 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화재 등의 삼성차 부당지원과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 관련 자료도 제출받았다.

특검팀은 아울러 삼성이 임원들의 가족까지 동원해 차명계좌를 만든 정황을 확인하고, 서울·대구·경남 등 전국 30여 행정기관에 삼성 임원들의 가족관계 등록부(옛 호적)를 요청했다. 또 이 회장 일가와 임원들의 소득규모 파악 용도로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도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특검팀은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사들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63)씨의 출국을 금지하고, 관세청에 국외 미술품 통관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송원(55) 서미갤러리 대표와 김홍기(61) 전 삼성에스디에스 사장도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87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