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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건설, 입찰 평가위원 명단 빼내 새벽 뇌물 '007작전'
연합뉴스

전라도 건설업체(금호건설) 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로비 작전을 벌인 것이 드러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금호건설은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들을 술과 골프 향응으로 집중적으로 관리해 온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금호건설은 한달 전부터 담당공무원을 매수해 수백명에 달하는 평가위원 후보자 명단을 빼낸 뒤 입찰 당일 새벽에 선정된 평가위원 명단을 확인한 뒤 수시간만에 그들의 집 앞까지 찾아 가 “잘 봐 달라”며 돈을 건네는 등 금호건설의 입찰비리 수법은 ’007’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평가위원 명단 빼내 ’새벽 로비’ = 금호건설이 교하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에서 보여준 로비 수법에 수사 관계자들도 혀를 내둘렀다.

7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경기2경찰)에 따르면 금호건설의 입찰 성공은 치밀한 사전 준비의 결과물이었다.

사전에 매수한 담당 공무원을 통해 평가위원 후보자 918명의 명단을 한달 전에 손쉽게 입수했다. 그리고 평가위원이 선정되는 입찰당일 새벽 4시 전 미리 매수한 통신업체 직원을 PC방에 대기시켰다.

담당 공무원이 선정된 평가위원 명단을 작성하는 동안 통신업체 직원은 사전에 짠대로 담당 공무원의 협조를 받아 원격조정으로 그 명단을 그대로 복사했고 PC방에 대기하고 있던 금호건설 직원 2명은 이 명단을 본사에 보고했다.

금호건설의 사전 준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상무 등 직원들이 선정 가능성이 높은 유력한 후보자의 집 앞에 이미 배치돼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선정이 확인된 환경관리공단 D팀장에게 4만달러(5천만원 상당)를 전달했다. 또 LH공사(당시 대한주택공사) E팀장에게는 10여일 뒤 감사의 표시로 2천만원을 건넸다.

◇후보자 ’전방위’ 관리..향응 ’오케이’, 도덕성 바닥 = 경찰은 금호건설 외에 낙찰한 동부건설 등 2개 업체도 압수수색 등 강도 높게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동부건설 F과장의 컴퓨터에서 로비 접대 현황이 담긴 파일이 발견됐다.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과는 상관없었지만, B과장은 여러 입찰에 대비해 평가위원 자격이 있는 교수와 조달청.LH공사 등 공기업 직원, 군인에게 2∼3년간 골프와 술을 접대했다. 각 분야 전문가로 모두 25명에 달했다.

경찰은 민간인 14명을 역시 뇌물수수 및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고 영관급 장교 11명의 명단은 군 수사기관에 넘겼다.

후보자 관리는 업계에서 입찰에 대비해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보험’으로 통한다.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 비리와 관련해 금호건설은 입찰을 한달 여 앞두고 파주시청 A씨를 매수해 평가위원 후보자 명단이 든 메모리카드를 건네 받았으며, 학연.지연에 따라 분류한 뒤 담당직원을 지정해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하 복합커뮤니티센터의 경우 공무원 3명, 환경관리공단 팀장 1명, LH공사(당시 대한주택공사) 직원 2명, 통신업자 1명 등이 뇌물 사슬에 얽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LH공사 직원 중 C단장은 평가위원 예비후보로 입찰 심사는 하지 않았지만 로비 대상이었다.

이번 사건은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서울 Y대 이모 교수가 금호건설 과장으로부터 10만원권 상품권 100장을 받았다고 폭로해 그동안 ’쉬쉬’하던 건설업계 로비 관행의 실체가 드러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