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법정에 세워 진실 밝힐 것”
노회찬 의원, 거대권력 삼성그룹에 ‘선전포고’
<토요신문> 최일혁기자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분노의 일갈을 내뱉었다. 이 사건의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검찰 소환조차 되지 않은 이건희 회장을 사법 처리시키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고 나선 것. 대선예비후보인 노 의원은 검찰을 삼성그룹 법무실로 비유하며 2007년 대선을 거대기득권 세력과의 한판대결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 삼성이라는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 앞에서 그 옛날 ‘민주투사’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신동현)는 지난 21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녹취록인 일명 ‘X파일 사건’과 관련, “1997년 검찰 고위간부들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며 전ㆍ현직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명예훼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 차원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기소 당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노 의원은 지난 2005년 8월 18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 앞서 도청 녹취록을 인용한 보도자료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안강민 변호사 등 전ㆍ현직 검찰간부 6~7명의 실명을 거론하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게시한 바 있다. 이에 안강민 변호사측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노 의원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형사고소를 제기했었고 법원은 지난해 11월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허위사실 공표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검찰 관계자는 “노 의원이 입수한 녹취록은 삼성측이 검사들에게 떡값을 지급할 계획에 대한 내용일 뿐 실제 금품이 전달됐다는 근거는 없다”면서 “검사들이 돈을 받은 것처럼 단정적으로 표현해 보도자료로 배포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에도 게재한 만큼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기소이유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 의원이 6~7차례의 출석 통보에도 응하지 않다가 지난해 12월 ‘직무상 행위로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는 진술서를 제출하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내용이 허위인 경우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노 의원의 당시 발언은 의회 내 발언이 아니어서 면책 특권의 대상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2005년 12월 X파일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떡값 검사 부분은)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데다 고발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뇌물죄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대상이 될 수 ž다”고 판단한 바 있다.
검찰 기소와 관련, 노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기소를 환영하며 거대권력에 맞서 진실을 밝혀내고야 말 것”이라면서 “불법대선자금을 지시하고 떡값을 지시한 이건희 회장을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정면 대응을 선언했다.
노 의원은 “200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성X파일'은 정-경-언-검 유착비리의 집대성으로,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삼성이 차떼기로 불법대선자금을 건네는 장면과 현직검사들을 떡값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며 “도청테이프에 들어있는 떡값검사들의 명단을 보고서도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의원은 “검찰은 ‘떡값을 지급했는지에 대한 확인 없이 지급했다고 적시했다’는 이유로 나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다고 발표하며 ‘우리도 실제 전달했는지는 확인 안했다’고 얼렁뚱땅 넘어갔다”면서 “삼성X파일 속기록에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이 ‘작년에 3천(만원) 했는데 올해는 2천(만원)만 하죠’라고 이미 떡값을 돌렸음을 명시하는 대목이 있는데도 ‘지급 계획 내용’일 따름이라고 삼성을 두둔하고 있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노 의원은 계속해서 “검찰 스스로 고백한대로 떡값을 지시한 이건희 회장과 떡값을 준 사람, 떡값 받은 전현직검사 중 단 한명도 검찰조사를 받지 않았다”며 “검찰 스스로 진실규명
을 회피했기에, 내가 직접 나서 법정에서 진실을 규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노 의원은 “이번 사건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지, 아니면 만명만 평등한지 가려내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2007년 대선을 기득권세력과 이를 타파하려는 서민세력의 한판대결로 만들고야 말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한편 문성현 대표, 김선동 사무총장 등 민주노동당 지도부도 지난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이라는 거대재벌과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이 시작됐다”면서 “이건희 회장을 역사의 법정에 불러내 국민들 앞에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당 차원의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다.
문 대표는 이날 “대한민국 사회에 그 누구도 감히 도전하지 못하는 절대 권력이 바로 삼성 재벌”이라며 “갖은 편법과 불법 그리고 비리를 자행함에도 불구하고 사법기관, 입법기관을 농락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삼성에 대한 공격의 나발을 불었다.
이어 문 대표는 “임기 말 행정 권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삼권분립은 고사하고 삼성을 정점으로 수직 계열화되어 있고 삼성을 공격하면 죽는다는 세간의 속설이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고 공격 수위를 높이며 “국정감사 증인 출석에 삼성 재벌은 성역이 되어버렸고 X 파일 특검법과 특별법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한 채 삼성 재벌의 핵우산 아래 국회가 갇혀 있다”고 한탄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표는 “이번 싸움은성재벌의 법무실로 전락한 검찰과 민주노동당 몇몇 의원의 대리전이 아니라 앞으로 전면화 될 삼성권력과 민주노동당의 전초전“이라면서 ”10만 당원의 이름을 걸고 삼성X파일과 SDS 특혜 의혹, 에버랜드 전환사채 문제 등 삼성이 저지른 온갖 불법 탈법 에 대해 전면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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