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 변호사 만드는 전관예우// 법복 벗으면 우리도 마찬가지// 수임 첫해에 30억원 번 사람도// 전관예우 변호사의 요술은, 검판사 비리를 말합니다. 정싱적인 재량권 안에서 봐주는 것이 아닙니다.
[동아일보] 1992-06-10 (정치/해설) 기획.연재 03면 2487자
“유능변호사” 만드는 「전관예우」(법조계 실상과 과제:3)
◎“법복벗으면 우리도 마찬가지 입장” 교감/「힘든 사건」 수임첫해에 30억원 번 사람도
K씨(45)는 사기 등으로 10여차례의 형사입건전력이 있는,속된 말로 「별」을 많이 달고 있는 건설업자.
그런 K씨가 1년여전 또 주택건설촉진법위반혐의로 서울형사지법에 구속기소됐다.
전과가 또 하나 추가될 판이었다. 뿐만 아니라 K씨가 풀려나와 사업의 뒷수습을 하지않으면 집안마저 거덜이 날 지경이었다.
석방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용케도 구속적부심은 「끝내준다」는 법무장관출신의 L변호사 얘기를 듣게 됐다.
그러나 그것도 허사였다.
구속적부심 얘기를 꺼내자 L변호사는 한마디로 자신이 아무리 장관출신이지만 죄질이 워낙 나빠 힘을 써도 석방이 어렵겠다며 부탁을 거절했다.
그러면서 서울형사지법 부장판사출신의 H변호사를 찾아가면 혹시 길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넌지시 알려주었다. 귀가 확 틔었다.
개업한지 꼭 한달째되는 H변호사의 사무장을 만나 사정을 털어놓자 대뜸 『일이 되게하자면 수임료가 좀 비쌀텐데…』하며 동향을 살폈다. K씨가족들로선 돈기천만원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로부터 며칠후 K씨는 풀려났다. 당시 법원가엔 H변호사가 2천만원이란 거액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면 H변호사는 K씨를 어떻게 빼냈는가. 바로 요술단지같은 「전관예우」의 마력이 작용한 결과였다.
H변호사는 이사건 담당재판장인 K부장판사와 고시동기생으로 변호사개업 직전 서울형사지법에서 함께 근무한 사이.
말하자면 H판사가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자리」를 잡을때까지 현직에서 지원사격을 해주는 전관예우의 관행이 위력을 보인 것이다. 전관예우의 관행은 검사출신도 마찬가지.
H변호사는 그후 서울지검 부장검사출신의 C변호사와 동업,더욱 기세를 올렸다. 이들은 이같은 전관예우메커니즘을 이용해 서초동 법조타운의 스타변호사로 부상,굵직한 사건을 휩쓸었다는 얘기다.
이런 연유로 법조계주변에는 부장판검사급이 변호사개업을 하면 개업 1년이내에 평생 먹고살 돈을 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10억원 정도를 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한달에 1억원 꼴이다.
그러나 이들의 실제 수입은 그보다 3,4배는 족히 될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3년전 개업한 부장판사출신의 Y변호사도 「전관예우」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케이스.
서울변협에 신고된 Y변호사의 1년간 사건수임건수는 모두 2백80여건. 한건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수임료에 신고누락분을 합치면 한햇동안 적어도 30억원 이상은 벌었으리라고 주변에서 말하고 있다.
H변호사나 Y변호사의 수임사건은 대개 형사사건이었는데 이는 쌍방이 변호사를 세우는 민사사건과는 달리 상대방이 없기 때문에 판사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올해초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개업한 서울형사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J변호사는 요즘 수임사건의 재판에 들어가랴 구치소에서 피고인을 접견하느랴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J변호사는 개업직후 3개월동안 한달평균 20여건을 맡았는데 사건의 성격이 복잡하고 규모가 크면 1천만원 이상,일반사건은 5백만원 이상의 수임료를 받고 있다.
「전관예우」는 몇년전만해도 대개 1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변호사수가 급증하면서 「전관예우」의 폐해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해지자 판검사들 사이에선 몸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해졌다.
이 여파로 최근엔 그 기간이 절반인 6개월로 줄었고 판검사에 따라선 3개월만 봐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화려한 무대위에서 각광을 받는 스타가 있는가하면 무대의 뒤편에서 서러움을 씹으면서 내일을 기약하는 「무명」들도 많다.
4년전 사법연수원졸업과 함께 개업한 W변호사는 「전관예우」의 폐해에 대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재조경험이 없는 W변호사는 지난해말 서울형사지법에 구속된 사건의뢰자의 보석신청을 냈으나 기각당했다. 그후 이 사건은 부장판사출신의 변호사에게 맡겨졌다. 이 변호사는 변호인의 이름만 바꿔 다시 보석을 신청,허가를 얻어냈다. 같은 사건인데도 수임변호사가 누구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당시 소송의뢰인은 부장판사출신 변호사에게 내가 받은 수임료의 3,4배를 더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실감했을 이 소송의뢰인이 과연 법조계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 사건의 추이를 지켜본 W변호사는 어처구니없어 하며 『이것이 공생의 한 단면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판검사들은 「전관예우」가 반드시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서울형사지법의 한 단독판사는 『함께 고생하다 나간 법관출신변호사를 도와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라며 『게다가 이들은 실력이 있어 결코 재판부를 욕되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때문에 재량권안에서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사법연수원출신 변호사들과 일반 소송의뢰인들의 생각은 그렇지않다. 이들은 『공직에서 명예를 누린 판검사출신 변호사들에게 물질적인 보상까지 해 주어야 한다는 일부 판검사들의 논리는 편의를 봐주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위한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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