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비리 눈감아준 지역신문도 ‘경고’ 조치
타 매체의 보도내용을 가져다 쓰면서도 그 출처를 밝히지 않은 신문들에 대해 한국신문윤리위원회(위원장 정귀호)의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해당 신문사들은 신문윤리위의 ‘결정 주문과 이유부분의 요지’를 자사 지면에 독립기사로 게재해야 한다. 신문윤리위는 지난해 12월26일 제805차 월례회의에서 ‘경고’ 41건, ‘주의’ 52건 등 기사부문에서 총 93건에 대하여 신문윤리강령 위반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한국일보, 연합뉴스 기사 표절
한국일보는 2007년 11월30일자 16면 <재판중 휴대폰 울렸다고 방청객 전원 구류> 제하의 기사에서 연합뉴스가 제공한 기사를 그대로 전재하면서 기사 말미에 기자 이름을 그대로 달아 신문윤리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신문윤리위는 이 기사에 대해 “미국 뉴욕주 사법행정위원회의 한 판사에 대한 파면결정에 관해 보도하면서 마치 국내에 있는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것처럼 전후 사실관계는 물론 위원회의 결정내용과 관련 판사의 발언 내용을 직접 인용해 기술하고 기사 말미에 자사 기자의 이름을 명기”했지만, 실상 이 기사는 “연합뉴스 11월29일자 <미 판사, 휴대전화 사용에 무더기 철창 보냈다가 파면> 제하의 기사 내용 중 일부 표현과 문장의 순서만 바꾸었을 뿐 대부분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윤리위는 이어 “이는 명백히 타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표절한 것으로, 최근 대학 등에서의 논문 표절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고 관행이 되다시피 한 언론의 표절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 언론사를 중심으로 기사와 사설 칼럼 등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자성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회의 반복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표절행위를 계속하는 것은 신문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신문윤리실천요강 제8조 출판물의 전재와 인용 2항(타 언론사 보도 등의 표절 금지)을 위반했다고 인정”한다고 결정했다.
무분별한 외신 베껴쓰기도 '경고'
경인일보와 대전일보 등 18개 지역신문들도 연합뉴스나 뉴시스가 제공한 기사를 전재하면서 기사 말미에 자사 기자 이름을 달아 경고 조치를 받았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연합뉴스 등은 외신 내용을 베껴 기사를 작성했음에도 출처를 밝히지 않아 역시 경고를 받았다.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서울신문), “미국 언론은 내다봤다”(헤럴드경제), “외신들이 전했다”(한겨레), “외신들은 분석했다”(서울경제)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한 줄 기술하고 무분별하게 외신을 ‘받아쓰기’ 한 신문들 역시 마찬가지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사주의 범법사실 눈감아준 광주일보
특정업체의 영리를 도모하거나 부정을 눈감아주는 식의 보도태도를 보인 지역신문들 역시 경고 조치를 받았다.
광주일보는 대주주인 대주그룹의 허재호 회장이 탈세와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끝에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2007년 11월19일자 신문에 모두 5건의 기사를 게재하여 허 회장이 구속되면 대주그룹이 위기에 빠져 외자유치 중단, 대형 프로젝트 무산, 계열사 노동자들의 실업, 금융기관의 부실, 협력업체의 도산으로 지역경제에 엄청난 혼란이 올 것처럼 보도했다.
신문윤리위는 “지역경제 전체가 한순간에 흔들린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이 심할 뿐더러 허 회장의 범법사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서 이처럼 많은 지면을 할애해 검찰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한 것은 지역경제를 볼모로 개인의 범법행위를 옹호하고 지역주민을 불안케 하며 나아가 준사법기관인 검찰에 부당한 압력을 가함으로써 법질서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업체 영리 도우려 한 우리일보
우리일보는 2007년 12월3일자 20면 <우림건설, ‘평택 현화 우림필유 GOLD154’ 분양> 제하의 기사에서 “홍보용 유인물 내용을 그대로 옮긴 듯 장점만을 부각”시킨 보도로 신문윤리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신문윤리위는 “특정 건설업체의 아파트 분양 소식을 큼직한 사진, 그래픽과 함께 전면을 할애하여 대서특필”한 “이 같은 제작행태는 특정 업체의 영리를 도우려 했다는 오해를 살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신문의 품위와 신뢰를 훼손할 우려마저 있다고 판단”된다며 “신문윤리강령 제3조 보도준칙 5항(보도자료의 검증과 영리 이용 금지)을 위반했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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