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강조한 말이었다.  잘먹고 잘사는 나라가 될 테니 저축 따위는 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마음껏 소비하면서 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말을 잘못했다.  그 말은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할 말이 아니었다.  차라리 자기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에게 했어야 할 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이른바 '봉급저축'을 하고 있었다.  퇴임하더라도 넉넉한 연금이 기다리고 있었다.  '봉하마을'에는 노후를 보낼 저택까지 마련하고 있었다.  따로 저축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게다가 '차용증 한 장' 써주고 그 차용 금액의 3곱절이 넘는 돈을 빌리는 능력까지 있었다.  은행 문턱이 닳도록 쫓아다녀도 돈 몇 푼 빌리기 어려운 서민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탁월한 능력이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15억 원을 빌린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썼으나, 그보다 훨씬 많은 50억 원을 받았다고 했다.  그랬으니 '얼마든지 쓰고 보셔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 주변 사람 가운데 이강철 전 청와대 수석의 경우는 아예 기가 막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어떤 업자에게 1억5,000만 원을 받으면서 249명의 주소를 알려줬다.  그들에게 명절 때 20만 원짜리 한우선물세트 5,960만 원어치를 돌리도록 했다고 한다.  돈도 챙기고, 덤으로 남의 돈으로 생색까지 낸 것이다. 

또 다른 업자에게는 자신의 승용차 운전기사의 월급 170만 원과 기름값 등 2,000만 원을 부담시키기도 했다는 보도다.  역시 뛰어난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저분한 소식이었다. 

노건평씨의 경우는 '문제없는 돈' 3억 원을 받았다고 했다.  그 돈을 '성공 사례금'이라고 했다.  돌려주려고 했지만 '문제없는 돈'이라고 해서 받았다고 했다.  노씨는 그 '문제없는 돈'을 1억 원씩 3번에 걸쳐서 받았다고 했다.  노씨 역시 '문제없이 쓰고 보실 만한' 능력이 충분했다. 

옛말에 '청렴'에도 3단계 등급이 있다고 했다. 

① 자신의 봉급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먹다가 남은 것을 가지고 돌아가지 않는  다.  임기를 마치고 물러가는 날에는 한 필의 말로 조촐하게 떠난다. 

② 봉급이 아니더라도 명분이 정당한 것은 먹는다.  정당하지 않은 것만 먹지 않는다.  먹다가 남은 것은 자기 집으로 보낸다. 

③ 이미 규례(規例)가 서 있는 것은 명분이 비록 정당하지 않더라도 먹는다.  규례가 서 있지 않은 것이라면 자기가 나쁜 선례를 먼저 만들지 않는다.  벼슬을 팔아먹지 않고, 송사와 옥사 때 돈을 받지 않으며, 조세와 공납을 부과하면서 착복하지 않는다. 

청렴한 관리가 워낙 없다보니, 3번째 등급까지 그나마 청렴한 것으로 쳐주고 있었다.  참여정부 사람들은 스스로 가장 청렴하다고 했었다.  그러면서도 선물값에 배달비용까지 떠넘기고 있었다.  '문제없는 돈'과 '차용증 금액의 3곱절'이라는 선례도 만들었다.  3번째 등급은커녕, '등외'에도 들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과의 인터넷 대화를 그대로 믿고 '쓰고 보신' 국민이 있었을까.  아마도 거의 없었다.  혹시 있었다면 지금쯤은 '쪽박' 신세로 전락해 원망만 하고 있을 것이다.  집값이고, 주식값이고 죄다 반 토막이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