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환경법 이해 못하고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증설을 반대한 환경부는 무능력하거나 꼭두각시처럼 정치논리에 휘둘렸거나 둘 중 하나다.”
박재광 미 위스콘신대학(53·건설환경공학과)교수는 8일 <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환경법을 놓고 애절하다 못해 절규에 가까운 자신의 주장을 토로했다.
그는 “재미 학자로서 오랜기간 타향생활을 하다 보니 한국인으로서 애국심을 가지고 국내 현상을 지켜보게 된다”며 “하이닉스와 같이 우수한 기업이 정부의 무지와 정치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바라보며 매우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박 교수는 지난 2월 하이닉스 이천공장증설과 관련 한창 논란이 진행되자, 구리가 문제가 된다는 환경부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국내 신문에 기고하고 국내 환경법의 잘못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박 교수는 특히 “비전문가로 이뤄진 환경부는 환경법을 짜깁기해 만들고 그 법조차 잘못 해석해 하이닉스와 같은 불상사가 일어났다”면서 “지금의 환경법은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으로 국가의 경쟁력만 약화시키고 환경보존에도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3일 경기도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팔당포럼’에서 미국 환경법 중 ‘희석허용혼합지역’이란 개념을 소개하고 국내 환경법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하이닉스 문제와 관련한 국내 환경정책에 대한 박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희석허용혼합지역’이란 무엇인가.
“강이나 호수의 크기, 유속, 혼합 정도 및 수화학적 상황을 고려해 각 수역별로 희석율을 계산하는 것으로 환경부도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으나 하이닉스 문제는 단순히 불허로 단정했다. 달리 말하면 수질규제치는 배출수관의 농도가 아니라 수역 혼합지역에서의 계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희석허용혼합지역’ 외에도 한국에서 정보가 없거나 이해가 부족해 악용되는 이론들이 또 있나.
“일부 한국교수는 이런 것을 이해하고 있으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없는 것 같다. 불행하게도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 비해 한국의 환경규제가 융통성도 없고 일률적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그런가.
“우선 규제치를 모든 산업체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산업체 폐수 방류수 수질기준도 단순치로 돼 있다. 미국에서는 산업체별로 방류수 수질기준이 다르며 문제가 안 되는 것은 규제에서 제외하고 있다. 예컨대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전자업체에서는 구리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고 단지 금속가공업과 같이 고농도의 구리가 많이 배출되는 곳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철저한 규제를 하고 있다. 또 처리장에서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해 배출수 수질을 연평균·월평균 등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의 환경법 중 적합한 것을 취사선택하고 수질기준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환경법은 간단명료해야 산업체가 지키기 쉽고 경제적으로 폐수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인 법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환경보존에도 비효율적이다.”
-한국의 환경법을 미국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반론이 있는데.
“미국은 매우 큰 나라이기 때문에 주마다 법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교수는 자기가 공부했던 지역이나 연방정부의 환경법만 이해하고 있어 그런 발언을 하는 것 같다. 텍사스는 매우 건조한 곳으로 물이 부족한 주이지만 수도인 오스틴에 삼성반도체를 비롯해 여러 반도체가 건설된 것은 반도체 산업이 다른 어느 산업보다 환경친화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기업들에 대해 많은 세제 및 재산세 등 혜택을 주고 적극적으로 유치를 하고 있다. 수도권 상수도 수질에 영향이 없는데도 마치 독극물이 배출되는 것처럼 오도하고 사전예방차원에서 불허한다는 환경부의 주장은 무지하고 무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불신을 하면 제도적으로 불신을 해소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지는 못할망정 불허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은 국가적으로 큰 문제라고밖에 할 수 없다.”
◇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교수가 5일 오전 수원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팔당수질개선본부 주최로 열린 팔당아카데미에서 국내환경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끼뉴스 민원기
-하이닉스 문제와 관련, 다른 것보다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하이닉스 문제는 환경보전문제가 아니라 비논리적인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누구나 하이닉스가 배출하는 농도의 구리가 인체에 위해하지 않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미비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제는 소모적인 대립보다는 과학적, 공학적 차원에서 정말 상수원을 보호해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하면서 경제발전도 도모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환경부는 지금이라도 과천정부청사 식당의 정수기를 제거하고 몸소 수돗물을 마시며 수도권의 수돗물 수질은 전 세계 어느 기준에도 맞는다는 각 지역의 주장에 동조하고 국민들을 계몽해야 한다. 마치 환경단체와 같은 비기업적인 자세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많은 부작용과 오류를 낳으며 환경보존도 제대로 못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지시와 통제´에서 ´협조와 상생´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번 문제에서 환경부의 무능함과 정치적 해결방법에 대해 지적했는데 환경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환경부는 전문가 집단이 한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뤄야 할 것이다. 모든 직원이 국장, 차관, 장관이 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전문가 집단을 만들어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체제로 바꾸어야 FTA 등 미래 국제 환경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수질규제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어떤 것인가.
“각 수역별로 과학적, 공학적 연구를 거쳐 오염량을 산정하고 이에 따라 산업체의 배출량을 결정하는 모델로 가야한다. 현재 환경부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문제는 융통성이 결여돼 있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환경부 직원들도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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