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책임은 지겠지만…"
김선일씨 피살사건의 파문이 날로 확대되자 외교통상부는 휴일인 27일 장관과 차관이 직접 나서 언론을 상대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외교부 전체의 기류는 여전히 무거웠다. 감사원의 특별감사에 대비해 대부분의 외교부 직원들이 출근했지만 “외교관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터져 나오는 등 침울한 분위기였다.
외교부는 휴일 내내 은폐의혹 확산 차단에 급급했다. 장관과 차관이 이날낮 각각 언론사 정치부장과 외교부 출입기자 간담회를 자청, 외교부에 쏟아지는 비난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반기문 장관은 이날 정치부장들과 만나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AP통신과 외교부 사이의 진실게임은 본질을 왜곡한 것으로 은폐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영진 차관도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각 언론에서)은폐, 묵살, 축소의혹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1주일째 계속되는 김씨 관련 여론질타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움츠리고 있지 만은 않겠다는 단호함도 엿보였다.
외교부는 AP통신측에 대한 공격도 멈추지 않았다. ‘전화통화 여부’에 대한 자신들의 해명이 결국 거짓으로 밝혀지자 이제는 ‘통화내용’을 물고늘어지는 모습이었다.
최 차관은 “만약 외교부 직원이 인지하고도 무시한 게 드러나면 당연히책임져야 하지만 (AP측이)의례적인 전화를 한 것도 (외교부가) 책임져야하는지 판단 중”이라고 말했다. 통화사실 자체보다 통화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한국인이 이라크에서 실종됐느냐’는 질문이었다는 AP측 주장에 의문을제기하기도 했다. 외교부의 한 직원은 “만약 언론에서 그렇게 자세하게물어봤다면 과연 확인을 하지 않았겠느냐”며 “AP측의 질문내용만 정확히밝혀지면 논란의 초점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장급 간부는“책임있는 사람에게 확인하지도 않았다”며 AP측의 취재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기회에 재외국민관리 시스템과 부서별 역량배분도 바꾼다는 입장이다. 반 장관은 위험지역 교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완전철수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최 차관도 “이라크 교민들에게현지의 위험한 상황을 설명하고 철수를 더욱 강력히 권고했어야 했다”고아쉬워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처럼 ‘철수권고 후 발생하는 문제는 교민의 책임’이라는 방침을 검토중이다. 또 기존 강대국 중심의 외교역량 집중방식에서벗어나 중동지역과 재외국민 보호업무 강화에 신경을 더 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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