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공직자 비리 > 서울교육청 한심한 입시전략

“일반 선택과목 중 인문계는 국어생활, 시민윤리, 인간 사회와 환경, 철학, 논리학, 생활 경제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연계는 실용수학, 생활과 과학, 생태와 환경, 정보사회와 컴퓨터 중에서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설 입시 기관에서 주최하는 입시설명회에서 나온 대입 전략이 아니다. 수도 서울의 교육을 책임지는 서울시교육청이 ‘바람직한 교육과정’이라며 강조한 입시전략이다. 시교육청이 13일 서울 방배동 교육연수원에서 주최한 ‘2008학년도 대학진학 지도교원 연수’에서 입시와 무관한 과목은 교육과정에 편성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과목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7차 교육과정의 취지를 교육당국이 스스로 어긴 셈이다. 연수는 고등학교 교장·교감과 진학부장, 고3 담임교사 등 1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공정택 교육감과 교육인적자원부 이기봉 대학학무과장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날 연수에서 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이남렬 운영위원장(한양대사대부고 교감)은 “일반 선택과목과 재량활동은 논·구술과 연관지어 학습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고 학년별 선택과목은 수능시험과 연계해 편성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위원장은 선택과목 중에서 특정과목을 거론해 언급되지 않은 교과목 교사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위원장이 말한 선택해야 할 과목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체육과 건강’ ‘음악과 생활’ ‘미술과 생활’ ‘제2외국어’ ‘한문’ ‘교련’ ‘심리학’ ‘교육학’ ‘종교’ ‘진로와 직업’ 등이다. 이화여고 이형빈 교사는 “대학 입학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필요 없는 과목이라는 발상에서 나온 한심한 대책”이라며 “지·덕·체를 두루 갖춘 인간상을 구현해야 하는 공교육의 이상을 시교육청이 스스로 포기한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7차 교육과정 도입 이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특정과목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학교 교육이 입시에 종속된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위원장은 또 ‘고교 선택권 확대 계획’과 관련해 학교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위원장은 “이 제도가 2010학년도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2009년 말 중학교 3학년이 어떤 고교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학교 위상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여 올해와 내년의 학교별 대학 진학률 제고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학 진학률이 좋은 고교에 우선 지원할 것’이라는 논리로 ‘대부분의 학생이 거주지 근처의 학교를 선택할 것’이라는 시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의 전망과는 배치되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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