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게만 한없이 관대한 우리 문화.
우리 문화는 정말이지 잘못 됐다.
이상하고도 이상한 일이지만, 정치인에게만 한없이 관대한 문화이다. 정치인은 권력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파워를 지닌 자들이라는 거다. 정치인에 관대한 문화라는 것은 그러니까 권력에 약한 문화라는 거다. 권력에 약하면 그 문화는 건강성을 상실하고, 권력의 노예가 된다. 정치인이란 정치적 자유를 누리는 자들이다. 정치적 자유란 자유의 최대치이다. 자유란 공짜가 아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아는 이 사실이 우리 문화에서는 흔히, 정말이지 흔히 망각된다.
자유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은, 그에대한 댓가, 즉 책임이 그만큼 무겁다는 의미이다. 자유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거라는 거다. 자유 있는 곳에 책임이 있고, 책임 있는 곳에 자유가 있는 거다. 책임이 있으면 반드시 자유가 있고, 자유가 있으면 반드시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정치적 자유가 자유의 최대치라면, 그 책임 역시 책임의 최대치라는 의미이다.
정치인은 정치적 자유를 누리는 자고, 정치적 자유가 자유의 최대치이므로, 책임 역시 최대치의 책임을 지는 건 마땅하고도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문화는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무책임한 정치적 자유를 용인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정치적 자유에 무책임을 용인한다는 것은, 이야말로 타락이다.
우리나라 대선 문화를 보면 이건 무슨 패자부활전 같다.
한번 두번 세번, 그것도 모자라 네번까지 도전해도 누구 하나 이를 문제삼는 자들이 없다. 문제 삼기는 켜녕 이런 자가 버젓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한다. 이런 자가 대통령이 되도, 나라가 잘 될 거라 생각하고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정치인에게는 무한대로 관용적이고, 무한대의 무책임을 용인한다는 것이다. 정작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할 정치인들에게, 무한대의 무책임을 용인한다는 것은, 그 사회의 타락이요, 그 사회의 타락의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요 잣대이다. 이 사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고, 시스템의 심각한 결락을 드러내는 일이다.
김대중은 네번 대권에 도전하고 대통령이 되었다. 네번 대권에 도전하고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건 우리 사회의 희비극이요, 우리 사회의 무책임성의 정도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좌이다. 네번 대권에 도전하고 대통령이 된 김대중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를 반추해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엉망인가를 알 수 있는 일이다. 가장 준엄한 책임을 물었어야 할 정치인에게 가장 최소한의 책임, 무한대의 무책임을 허용한 그 댓가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난맥상은 다른 어디 아닌, 바로 여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김영삼은 두번 대권에 도전해서 대통령이 되었다. 두번은 네번에 비해서는 조족지혈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김영삼은 김대중보다는 더 나았다고 할 수 있을 수 있다.
2007년 대선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역시 패자부활전의 재판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민노당의 권영길은 대권도전이 이번으로 삼수째다. 민주당의 이인제 역시 삼수째다. 여기에 한 인물이 더 가세했다. 이회창이다. 이회창 역시 대권 도전 삼수째다. 가장 준엄한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들이 무한대의 무책임 속에서 지멋대로 행동하고들 있다는 단적인 증좌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이 나라 국민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김대중, 김영삼에서부터 그런 선례를 이 나라 국민들이 만들어놓았다고 하는 것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정치인들이란 정치적 자유를 누리는 자들이다. 정치적 자유란 자유의 최대치이다. 자유의 최대치를 누리므로 그 책임도 나라의 그 어떤 국민들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들에게 가장 최소한의 책임, 무한대의 무책임을 허용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치명적인 일이다. 이 나라 국미들이 자멸할 작정을 하지 않고서는 감히 할 수 없는 행태이다.
정치인에게만 한없이 관대한 이런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오히려 정치인에게만 한없이 준엄한 그런 문화로 바껴야만 한다. 그래야 사회와 경제의 자유가 신장된다. 그래서 사회나 경제에서는 모를까, 정치인에게만큼은 절대 패자부활전을 용인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정치가 바로 서고, 국민들의 삶이 평안해진다. 그게 정도이고, 정의이기도 하다.
권영길, 이인제 같은 정치인은 존재해서는 안된다. 대권병에 걸린 이런 정치인들은 사라져야 한다. 이들의 낮은 지지율이 그와같은 필연성의 단적인 증좌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새로이 대권에 도전하고 나선 이회창이라고 할 수 있다. 이회창의 지지율이 의외로 높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회창 역시 사라져야 한다. 두번은 모를까 세번까지 대권 도전을 허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정치인에 대한 너무 지나친 관대성이다. 이회창은 그에 대한 의외의 지지율 때문에라도 물러나야 한다. 그게 그를 지지하는 빠들에 대한 정치인으로서의 예의이다. 그게 정도요, 책임질 줄 아는 정치인으로서의 태도다.
좌익이냐 우익이냐, 보수냐 진보냐 정권교체의 대의냐 안대의냐 하기 이전에, 선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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