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 경기도민 "경기도는 미산골프장 당장 철회하라" 함성
수원시민신문
경기도민이 뿔났다.
경기지역 도민들과 경기 수원교구, 평택대리교구 등 천주교 신부, 수녀, 신자 등 6000여명이 6일 오후 2시 수원시 팔달구 매산동 경기도청 정문 앞을 꽉 메웠다. 근래들어 최대의 시위며 기도모임이다.
주최자는 '경기 안성 미산골프장 저지 및 생명환경 보전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 미산골프장 저지를 위한 신부들의 경기도청 앞 농성이 지난 달 14일부터 24일째 접어 든 6일, 대책위는 대규모 집회에서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잘못된 미산골프장 조건부 승인결정을 사과하고 ,전면 백지화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경기도민 6000여명 "안성 미산골프장을 철회하라!"
▲ 6일오후 안성 미산골프장 건설 철회를 촉구하는 천주교 성직자와 신자들이 경기도청 앞을 양쪽 방면을 가득 메웠다. © 수원시민신문
이날 참가자는 천주교 수원교구 평택대리구장 조원규(야고보) 신부를 비롯한 수원, 안성, 안양, 용인, 성남, 평택, 시흥, 광명, 안산 지역 각 성당 100여명의 신부들과 레지오 마리애 신자들이다. 20대에서 70대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을 보여 골프장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아름드리' 팀의 사전 음악공연 뒤 이경묵 녹색자치경기연대 사무처장의 사회로 시작된 기도모임에서 "미산골프장을 철회하라!"는 구호가 경기도청 앞을 오후 내내 뒤흔들었다.
▲ 6일오후 안성 미산골프장 건설 철회를 촉구하는 천주교 성직자와 신자들이 경기도청 앞을 양쪽 방면을 가득 메웠다. © 수원시민신문
경기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인 이종남 경기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오늘은 도청 정문앞에 모였지만 다음에는 도청안에 들어가서 집회를 하자. 왜냐하면 다 우리 건물이다"고 운을 뗀 뒤 "하느님이 만든 자연을 인간이 함부로 파괴하느냐. 아직 먹고 살기 힘든데 웬 골프장이냐"며 "골프장 잔디를 살리는 데 농약을 치며 생물을 죽이고 우리 지하수와 환경을 죽인다"며 골프장 건설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경기도의 주인이 우리 도민인데, 장장 6년동안 경기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이는 용산 철거민 참사 조사과정에서 하는 거짓말과 같다"며 경기도의 거짓행정을 용산 참사에 빗댔다.
이어 사회자의 선창으로 참가자들은 "부정으로 얼룩진 미산골프장 철회하라" "하자있는 도시계획 철회하라"라는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신부님과 여러분들께 별을 보여 드리고 싶다"
▲ 안성생명환경연대의 이형목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 수원시민신문
이형목 안성생명환경연대 대표(서울대 물리 천문학부 교수)는 신부들이 24일째 도청앞에서 노상 농성을 하고 있는 것을 알리며 "제가 별을 전공하고 있다. 마음 편하게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고)신부님과 여러분들께 별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미산골프장 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랬다.
이어 '아름드리' 팀의 반주로 6000여명의 참가자들이 한 목소리로 '세상은 아름다워라'는 성가를 불러 도청앞을 울려 퍼지게 했다.
이창수 경기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은 "미리내 성지앞에 환경을 파괴시키는 미산골프장이 들어서서는 안된다"며 "골프장 허가 절차는 환경정책기본법 26조를 위반하는 등 너무나 사기적이고 불법적"이라고 하자투성이의 경기도 행정을 꾸짖었다.
이 위원은 "골프장 측이 인가를 받기 위한 선결조건인 입목축적조사를 통과하고자 간벌 등 온갖 불법행위를 저질렀는데도 경기도 도시계획위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한뒤 "산사태 1등급지가 수두룩한데 경기도는 문제없다고 하는데 이런 경기도가 왜 있느냐"며 경기도의 불법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창수 "앞으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무서운 것을 하자"
▲ 이창수 경기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이 경기도의 불법행정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 수원시민신문
그는 "앞으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무서운 것을 하자"며 "감사청구와 행정소송은 물론 도지사의 불법행정을 시민들에게 열심히 알려 여론화하자"며 도지사를 심판할 것을 촉구했다.
이 위원이 조목조목 비판할 때마다 참가자들의 박수와 함성이 우뢰와 같이 이어졌고, 참가자들은 "불법적이고 편파적인 미산골프장을 철회하라"라는 구호를 크게 외쳤다.
기도모임 중에는 사회자의 안내로 '생명환경보전모금함'에 참가자들이 성의껏 모금에 참여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어 아름드리 공연팀의 반주에 따라 정인봉 연주자가 오카리나로 '자전거'를 연주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도청 앞 노상농성에 참여 중인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 버드내 성당의 조형준 신부는 "성모님의 군단을 도청앞에서 보게 돼 하느님 보시기에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고 입을 연뒤 "경기도에 현재 132개의 골프장이 있는 데 그중 106개가 운영중이고 21개가 공사중인데도 더 짓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 신부 "김문수 도지사에게 평생 골프장에서 살라고 하고 싶다"
그는 "전직 경기도시사들이 12년 걸려 허가한 것을 김문수 도지사는 2년만에 (골프장을) 다 내줬다"며 "김문수 모세는 모세가 아니라 골프도지사"라고 꼬집으며 "1년반 남은 김문수 도지사가 그렇게 골프장이 좋으면 평생 골프장에서 살라고 하고 싶다"고 빗댔다.
조 신부는 "제2롯데월드 허가와 용산 철거민 참사 등 일련의 사건들이 1%를 위해 99%의 서민을 족쇄로 옭아매는 정책들"이라고 비판한뒤 "지난 2월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참사 추모미사에 참여해 "공권력이 시민들의 집회를 짓밟는 현장을 목격했다"며 "이 정권은 더 이상 국민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신자들에게 "무관심 속에서 서민들이 죽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하면서 "이 모임이 마지막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 "김문수 모세는 모세가 아니라 골프도지사"라고 꼬집는 조영준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 버드내 성당 신부 © 수원시민신문
마지막으로 감사 인사말을 한 천주교 수원교구 김한철 신부는 "미산골프장 문제가 6년 넘게 진행되었는 데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며 '하느님 감사합니다!, 성모님 감사합니다!, 우리모두 감사합니다!"를 다함께 외쳤다.
"이 정권은 더 이상 국민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대책위는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다른 교구와 연대해 조만간 더 큰 규모의 집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파장은 더욱 커질 태세다.
참가자들은 오후 4시경 아침이슬 노래를 따라 부르며 100여대의 성당버스와 관광버스에 나누어 타고 촘촘히 귀가했다. 이날 대규모 모임은 대책위 홍보실이 아프리카TV로 인터넷 생방송했다.
▲ 천주교 수원교구 평택대리구장 조원규(야고보) 신부(오른쪽)가 한 신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수원시민신문
미산골프장 문제는 지난 2002년 서해종합건설이 천주교 미리내성지에서 3㎞가량 떨어진 109만㎡ 부지에 27홀(2004년 22홀로 변경)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안성시와 도에 사업 승인을 신청하면서 불거졌으며, 환경파괴 등을 주장하는 천주교계와 환경·시민단체들의 반발로 승인이 보류돼 오다 6년만인 지난 달 16일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9:7로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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