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국 자율학교·자공고 1655곳 중 내부형 공모제를 운영하는 학교는 573곳이고, 이 가운데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가 교장으로 임명된 학교는 총 56곳(9.8%)이다. 교육부의 공모제 개선 방안을 시행하면, 산술적으로 최대 1655개 학교에서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가 교장으로 임명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젊고 능력 있는 교장을 임용해 학교 현장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전교조 출신 교장이 대거 발탁돼 교육 현장의 정치적 편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교육부가 올해 국정감사 때 제출한 '교장 자격 미소지자 공모 교장 임명자 현황'에 따르면, 내부형 공모제가 본격 시행된 2012년 이후 올해까지 임용된 무자격 공모 교장 가운데 71%가 전교조 출신이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도 "공모제 확대는 착실히 교육·연구 경험을 쌓아온 수많은 교사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교육감과의 친분 관계에 의해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 확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2년 이후 올해까지 임용된 무자격 공모 교장 73명 중 52명인 71.2%가 전교조 출신이었다. 특히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있는 서울·인천·광주·전남 지역에선 무자격 공모 교장 중 비전교조 출신이 임명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내부형 공모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특정 정치적 성향이 강한 교사들이 대거 임용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수도권에선 전교조 출신이 아니면 무자격 교장 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되려는 꿈은 사실상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한 일반고의 이모 교장은 "내부형 공모제는 전교조 출신을 뽑기 위해 만든 제도"라며 "공모 교장이 되려면 전교조 교사들의 조직적 지원 없이는 힘들다는 말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초등 교사는 "일반적으로 교장이 되려면 교감을 거쳐 최소 40대 후반은 돼야 한다"며 "교육에 힘을 쏟기보다 전교조 활동에 전념하다가 15년 만에 교장이 되는 경우를 보면 힘이 빠진다"고 했다.

교육부는 앞으로는 학교공모교장심사위원회에 학부모, 교원, 외부위원 참여 비율을 각각 40~50%, 30~40%, 10~30%로 명시해 심사에 학교 구성원 의견을 고루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또 최근까지 교장 결원 인원의 3분의 1~3분의 2를 공모제로 뽑도록 권고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런 권고도 하지 않기로 했다. 내부형 공모제 확대 등을 담은 새 교육공무원임용령은 입법 예고 등을 거쳐 2018년 9월 1일자 임용 교장을 공모하는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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