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교육비리 > 논문 부패 파파라치 법을 만들어야한다

“금품제공·접대…박사취득 울분”충남에서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A씨(여)는 대전의 한 사립대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일이 자신의 인생을 그토록 힘겹게 할 줄은 몰랐다.

박사과정을 모두 수료한 뒤 논문심사와 관련돼 2006년부터 벌어진 일은 A교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논문 통과를 조건으로 금품과 접대를 요구한 이 대학 교수 B씨를 상대로 벌인 3년간의 지루한 법정투쟁은 최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고서야 막을 내리게 됐다.

대법원은 지난 달 29일 배임수재로 500만원의 벌금형(추징금 35만5000원)을 선고한 대전고법의 판결에 문제가 없다며 B교수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에서는 이겼지만 제 삶은 엉망이 됐습니다. 학교를 두 번이나 옮겨야 했고, 정신병자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암수술도 받았구요. 그저 공부가 하고 싶었고, 학위를 받고 싶었을 뿐인데요.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유로 논문심사에서 돈을 주고받고 접대까지 벌어지는 일은 사라져야 합니다.” A교사는 눈물을 흘렸다.

사건은 지난 2006년 말 박사학위 논문 심사에서 시작됐다. A교사는 논문지도를 맡은 B교수의 요구대로 논문 심사를 잘 받기 위해 백화점 상품권에 이어 5명의 심사위원 ‘거마비’로 150만원을 전달하고, 식사 접대까지 했다. 논문 통과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A교사의 논문심사는 중단됐고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A교사는 “논문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합당한 설명만 해줬더라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직 교사도 이런 실정인데 다른 대학원생들은 어떨까라는 심정에서 법정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결국 2006년 12월 경찰에 진정을 냈고 검찰의 불기소와 항고, 다시 불기소에 이어 지난해 말 대전지법에서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결국 정식 재판이 이루어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 4월 B교수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벌금형을 선고해 신분을 유지시킬 만큼 가벼운 범죄도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B교수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벌금형(500만원)을 선고했고, 지난달 29일 대법원이 항소를 기각하면서 500만원 벌금형으로 확정됐다. 유죄는 인정됐지만 신분도 유지하고 별다른 징계도 받지 않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이 대학 교무처장은 “그동안 벌금형을 받은 교수에 대해서는 ‘서면 경고’로 처리했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를 한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의 관례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본보 기자는 이날 해당 교수와 하루 종일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형석 기자 [email protected]

김수영 기자 [email protected]